靑 방북초청 후속대응 초점은 '북미중재'…대북특사 검토 전망
북미대화 재개·비핵화 진전 통한 '여건조성' 주력…주변국 외교에 심혈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면서 청와대의 후속대응은 북·미간 '중재외교'에 초점을 맞춰가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앞으로 후속대응의 초점이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여건'을 성숙시켜나가는데 맞춰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김 특사가 구두로 전한 방북 초청 메시지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은 다층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결국 남북 정상이 대화테이블에 앉는데 대해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불편해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특히 한반도 갈등의 핵심축인 북미간에 '대화 분위기'가 형성돼야 남북 정상이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은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이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카드로는 우선 '대북 특사 파견'이 거론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여동생을 특사로 보낸 만큼 우리 정부도 답방 형식으로 '고위급 특사'를 보내 김 위원장으로부터 최소한의 핵 동결 의사라도 받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특사는 국내 정치적 안배보다는 문 대통령과 긴밀하게 교감하면서 그 의중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위에 있는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얘기이다.
일단 청와대는 특사 파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특사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선상에 있는 사안인 만큼 섣불리 단언할 수 없다"며 "특사 파견 역시 여건이 먼저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여권 내에서는 특사파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제1부부장이 특사 형식으로 온 만큼 대북 특사 파견도 가능한 이야기"라며 "다만, 주변 우방국과 협의해 시기를 잘 조율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긴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동맹국이자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북미대화의 '입구'를 놓고 한미간에 입장차가 드러나 있는 만큼 이를 매끄럽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과 2007년 상황을 복기해보면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며 "무엇보다 미국과의 조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6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2007년 10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역시 북한에 강경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때나마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해 2월 북한 비핵화 초기 단계 조치를 담은 6자 회담 2·13 합의가 나오면서 우호적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백악관의 '핫라인'을 비롯해 다양한 민관채널을 활용해 미국의 지지와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에도 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강국으로부터도 남북 간 대화를 지지하는 분위기 조성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할 가능성이 크지만 각론에서는 자국의 이해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남북 정상회담을 전적으로 환영할 것으로 예측할 수만은 없다"며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각고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기간 정상회담을 거치며 관계가 미묘해진 일본과는 일정한 거리두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화 가능성을 봉쇄한 채 과도한 제재·압박에 주력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9일 한일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재개를 촉구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의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한 것은 일본의 압박 드라이브에 대한 외교적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본에도 '한반도 데탕트 분위기에 동참하고 일조해 달라. 그러기 위해서 북한과 채널을 다시 열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달라'는 기조로 계속 협상을 할 것"이라며 일본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기류가 남북 간 대화를 지지하는 쪽으로 흐르도록 여론 조성에 나서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을 성숙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공조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고, 그 사이에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간극을 좁히거나, 좁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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