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극한 상황' 연습한 女쇼트트랙, 위기대처 능력 빛났다
초반 넘어지고도 흔들림 없이 만회…"많이 연습한 상황"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한국팀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선 막내 이유빈(서현고)이 바통 터치 직전 뒤로 넘어지자 관중석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전체 27바퀴 중 아직 23바퀴가 남긴 했으나 나머지 선수들과 반 바퀴가량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차원이 다른 스피드로 차례차례 세 명의 선수들을 제쳤고, 결국 압도적인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을 저력을 과시한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은 특히 대표팀의 위기대처 능력이 빛난 경기였다.
이변이 속출하는 올림픽 무대가 아니더라도 쇼트트랙은 워낙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한데 뒤엉켜 자리를 다투기 때문에 넘어지는 일도 잦고 반칙으로 인한 실격도 많다.
잘 달리다가 다른 선수가 넘어지면서 함께 넘어져 불의의 피해를 보기도 하는데 결승 이전에는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결승엔 그러지도 못한다.
따라서 최대한 부딪히지 않고, 넘어지지 않는 게 최선이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중에 빙판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연습했다.
심석희는 지난 5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하면서 계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선수들과의 충돌 우려 등에 대해 "좀 더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가 반칙을 시도할 경우나 우리 선수가 넘어질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물론 어느 선수가 어느 시점에 넘어졌을 때 어떻게 레이스를 이어갈지도 꼼꼼하게 시나리오를 준비해 대비한 것이다.
이번 준결승에서 첫 주자였던 심석희(한국체대)가 스타트를 준비할 때 세 번째 주자인 이유빈이 바로 뒤에서 준비했다. 혹시나 스타트 과정에서 넘어질 경우 곧바로 터치해서 이어달리기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로 뛴 이유빈이 넘어진 순간에도 대표팀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유빈 다음 주자인 김예진(한국체대 입학예정)은 이미 안쪽 코스에서 터치를 기다리며 앞서 돌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뒤에 있던 최민정(성남시청)이 대신 달려왔다.
최민정은 이유빈의 손을 터치한 후 곧바로 질주를 시작했다.
화면에도 잡히지 않던 한국팀은 빠르게 앞 그룹을 따라잡았고 11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3위로 올라선 후 김예진과 심석희가 모두 인코스를 공략해 2위와 1위로 추월에 성공했다. 스케이트 날이 불안해 보인 이유빈도 안전하게 리드를 이어갔다.
원래 최민정이 마지막 주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레이스 순서가 바뀐 탓에 첫 주자였던 심석희가 마지막 두 바퀴를 뛰어 결승선을 통과했다.
4분6초387의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비록 준결승 2조에서 뛴 중국이 4분5초315로 곧바로 경신하긴 했지만 한 차례 넘어진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기록이다.
경기가 끝난 후 김예진은 "그동안 많이 연습했던 상황"이라며 "그동안 대표팀은 여러가지 상황을 만들어 준비했다. 자연스럽게 대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3,000m 계주 정상 탈환을 위해 극한의 상황을 수도 없이 만들어봤던 대표팀의 피나는 연습이 빛을 발한 것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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