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에 ICBM급 미사일 동원…"핵무력 과시한듯"
화성-14·화성-15 나와…관심 끌었던 신형 SLBM 공개 안해
정보당국 "작년 4월 열병식보다 동원 무기는 줄어"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은 8일 이른바 '건군'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핵무력'을 과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영한 열병식 행사에는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ICBM급 '화성-14'형, '화성-15'형의 전략미사일이 등장했다.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도 동원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비롯한 다른 SLBM은 모두 동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당국의 한 소식통은 "작년 4월 열병식보다 동원한 무기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북한이 '핵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화성-14, 15형의 탄도미사일을 공개한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12형에서 15형까지 보여준 것은 '핵무력 완성'이라는 데 방점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2형은 지난해 5월 14일 발사에 성공한 IRBM이다. 당시 북한은 이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2천111.5㎞까지 상승해 787㎞ 목표수역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주엔진 1개에 보조엔진 4개를 단 화성-12는 정상적으로 비행할 경우 5천㎞ 가량을 비행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북한은 같은 해 7월 4일에는 최고 정점고도 2천802㎞까지 상승한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933㎞였다. 전문가들은 화성-14형을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8천㎞를 넘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거리가 8천㎞인 ICBM을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쏘면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뿐 아니라 알래스카주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사거리가 8천200㎞만 돼도 미국 서부 연안 워싱턴주의 대도시 시애틀에 닿는다.
7월 28일에는 화성-14형의 최고 고도를 3천700여㎞로 끌어올려 998㎞를 날렸다.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ICBM급으로 평가됐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최고 고도 4천475㎞, 비행거리는 950㎞에 달했다. 이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북한은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은 화성-12형을 기반으로 화성-15형까지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을 강타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이들 미사일을 동원한 것은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력을 갖춘 '강군'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SLBM '북극성-3형'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 미사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는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SLBM 북극성-1, 스커드-B, IRBM 북극성-2형, IRBM 무수단, ICBM급 KN-08 개량형, 신형 ICBM 등 온갖 미사일을 총동원한 바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기 때문에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많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면서 "작년보다 열병식의 '내용구성'을 줄인 것도 이런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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