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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으로 바흐 선택한 피아니스트 지용 "동굴 속 바흐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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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으로 바흐 선택한 피아니스트 지용 "동굴 속 바흐아냐"
워너클래식서 첫 앨범 발표…"다시 손가락과 건반 사이 음악 들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요즘 세상이 좀 이상하잖아요. 혼자만의 미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바흐가 이 세상을 조금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하하."
세계적 음반사인 워너클래식에서의 첫 앨범 레퍼토리로 바흐를 선택한 피아니스트 지용(27)은 "바흐 음악에는 삶의 진실한 의미 같은 게 담겨 있는 것 같다. 쓸데없는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용은 백건우, 임동혁, 임현정에 이어 워너클래식이 선택한 네 번째 한국인 피아니스트다.
이번 계약은 지용이 2016년 2월 제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방영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광고에 출연하면서 성사되게 됐다.
지용은 해당 광고에서 모든 음을 낼 수 있도록 조율된 정상 피아노와 모든 건반이 한가지 음으로만 조율된 피아노를 오가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연주했다.
이 광고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럿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며 수십억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끌었고, 이는 결국 워너클래식과의 음반 계약으로 이어졌다.
지용은 "데뷔 앨범 레퍼토리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첫 앨범으로 바흐를 내는 건 간 큰 행동이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자신의 데뷔 앨범에 담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주제 선율을 제시하는 G장조의 아리아에서 시작해 총 30번의 변주를 거쳐 다시 처음의 아리아로 돌아오는 구조를 지닌다. 덕분에 바흐가 남긴 건반 음악 중 가장 길면서 독창적인 곡으로 꼽힌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바흐입니다. (워너클래식이 아닌 곳에서) 바흐 앨범을 내기도 했었죠. 제가 한동안 방황을 하며 피아노를 멀리하기도 했는데, 피아니스트 키신이 연주한 바흐의 '샤콘느'를 들으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은 사람의 음악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느낌을 저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바흐'를 담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특히 "몇백 년간 동굴 속에 갇힌 듯한 바흐 연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바흐만의 폴리포니(다중선율)가 다 들릴 수 있는 아주 명확한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음악 장르의 발전이 있었고, 관객들의 귀도 많이 달라졌어요. 만일 누군가 지금 바흐 시대 때의 연주 방식 그대로 연주한다면 바흐가 물어볼 것 같아요. "넌 동굴에서 살고 있니"라고요. 전 동굴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저만의 바흐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그는 오는 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아이 앰 낫 더 세임'(I AM NOT THE SAME)을 열고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을 실연으로도 들려준다.
그는 어릴 때 '신동 연주자'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2001년 뉴욕 필하모닉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10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듬해 세계적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IMG와 최연소 아티스트로 계약을 맺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연주자로 사는 삶을 일찍 시작한 것에는 그림자도 함께 존재했다. "정해진 삶의 길이 피아니스트, 한 가지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럽던 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동안 손가락과 건반 사이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시기가 있었어요. 피아노 위에서 손가락은 계속 움직이지만, 소리가 아닌 소음만 들려 피아노를 떠나기도 했었죠."
그러나 최근 그는 "다시 손가락과 건반 사이에 음악이 들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페달에 다리가 닿지도 않던 꼬맹이 시절 피아노 앞에 앉았던 그 느낌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제는 평생 피아니스트로 살 제 삶이 기쁘게 느껴집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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