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 시간에 스마트폰 동영상 이용 '공부' 일서 확산
어학은 기본, IT·재무 등 실무에 도움되는 콘텐츠 충실
'AI가 업무 대체 위기감' 밀레니엄 세대서 더 확산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승차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서 보낸다. 메일과 SNS를 체크하고 게임을 즐기거나 뉴스를 챙겨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동영상을 이용해 실무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공부파'가 소리 없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어학 공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최근에는 5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이용해 업무에 직접 도움이 되는 IT(정보기술)나 재무 관련 강좌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스템 개발회사에 근무하는 도쿄도(東京都) 내의 한 여성(24)은 통근 지하철에서 보내는 20여 분을 스마트폰 동영상을 이용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정해 놀고 있다. `준법경영'과 '재무제표 보는 법'에이어 요즘은 메모리의 구조 등 IT 관련 강좌를 시청하고 있다. 이 강좌의 동영상 콘텐츠는 한 가지 주제에 관한 강의를 5분 정도에 끝내게 돼 있다.
"원래 문과형이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얻고 싶었다"는 이 여성은 전에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지만 오래 계속하지 못했다. "몇 분 만에 끝나는 동영상이 집중하기 좋아서" 요즘은 점심 휴식시간 등 틈날 때마다 동영상 강좌를 시청한다.
이 여성이 이용하는 유료 동영상 사이트 '마일라(myla)'는 130여 종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하나당 길어도 7분 정도로 20~30분 만에 시리즈 하나를 마칠 수 있다. 요금은 월 900 엔(약 9천 원) 정액제다. 미국에서 시작된 '마이크로 러닝'을 도입해 작년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1천 명 이상이 수강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업체인 '아이 러닝(i-learning)'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사회인이 된 '밀레니엄 세대'가 주로 이용한다. 가다오카 아이러닝 사장은 "평소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밀레니엄 세대는 서적보다 키워드로 검색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익숙하다"면서 "필요한 만큼만 자유롭게 배우는 동영상이 먹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5분 정도의 동영상이라면 교재를 제공하는 쪽도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마일라에 등장하는 강사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회사원이 부업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접속횟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한다.
구글이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 디지털 워크숍'도 마이크로 러닝이다. 90개 가까운 동영상을 다 보면 웹 마케팅의 기초를 익히게 돼 있다. e러닝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도 마이크로 러닝 코스를 속속 신설하고 있다. 한 코스가 끝날 때마다 코인을 모으도록 해 코인수집 실적을 토대로 수료증을 주는 게임의 요소도 있는 게 특징이다.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대는 동영상을 보는데 하루 평균 29분을 쓴다. SNS, 게임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시간이다. 동영상 세대이다 보니 요리에서부터 화장, 게임 등의 노하우를 동영상으로 배우는 데 익숙하다. 물론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빅 데이터 등에 관한 강좌를 시청한 한 남성 회사원은 "넓고 얕은 지식을 익히기 위한 학습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인재 서비스 기업인 네덜란드 랜드스태드가 실시한 근로자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응답자의 83%가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한 스킬업(기능 제고)이 필요하다"고 대답해 세계 평균 72%보다 높았다. 그러나 기능향상 위해 회사가 지원하거나 자기 부담으로 스킬업에 나선 비율은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밀레니엄 세대는 장차 자신의 업무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고 지적, 스킬업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더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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