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트럼프 국정연설, 절제된 어조로 대북정책 재확인"
"새로운 내용은 없어"…"평창이후 대화 쉽지 않을것 시사"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서의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절제된 표현으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대한의 대북 제재·압박을 강조하고 북한 체제 자체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측면을 고려하면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이후의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는 분석도 많았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전반적인 톤 측면에서 우려했던 것 보다는 절제된 표현을 쓴 것 같다"며 "결국 북한에 대해 계속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북한을 직접 당장 자극하는 '말폭탄' 수준의 표현은 절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이번 국정연설은 지난해 방한 시의 우리 국회에서의 연설을 연상케 하는데 그때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 않았었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맥락인 만큼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는 미국이 신중하게 계산해서 내놓은 메시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새로운 내용이나 정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국방이 아닌 외교의 영역에서 다뤘다. 이는 군사적 옵션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다만 "표현은 다소 점잖았지만 이번 연설은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 굉장히 센 메시지"라며 "북한의 체제가 미국이 건국 이래로 지켜온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는 북한에는 훨씬 무서운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번 국정연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 대응에 상당한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신범철 교수는 "북한 내용은 뒤에 배치했지만 분량도 많이 할애되는 등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박원곤 교수도 "대외 정책 분야의 상당 부분은 북한이었다. 그만큼 북한 문제에 비중을 두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국정연설 메시지 자체의 수위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된 남북대화를 향후 북미대화로 연계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중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신범철 교수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맥시멈 프레셔(최대의 압박)를 언급하면서 인게이지먼트(관여)를 언급하지 않은 점과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이나 양보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강조한 것은 평창올림픽 이후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본부장도 "북한은 2월8일 (올림픽 직전) 열병식을 하려 하고, 우리는 이후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할 텐데 평창올림픽이 끝난 이후 상황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미국은 점점 북한에 대해 강경해 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한다"고 봤다.
차두현 위원은 "우리 정부로서는 금강산 문제 등과 관련해 대북제재에 추가적으로 변동을 일으키는 조치에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 동맹관계에도 충분히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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