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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장 6개월만에 전격 교체 쇄신 시동…'경질 vs 자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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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장 6개월만에 전격 교체 쇄신 시동…'경질 vs 자발' 논란
김 대법원장, 추가조사 입장발표 하루 만에 교체…사법부 쇄신·개혁 가속
일각서 '입장 다르다' 평가…"교체 의중 읽고 사의 밝혔을 것"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결과 발표 사흘 만인 25일 오후 단행된 법원행정처장 '깜짝' 교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사법행정 조직인 법원행정처를 이끄는 자리인 점, 교체된 처장은 전임 대법원장이 임명한 점, 처장과 대법원장의 경력이나 소신 등이 다소 달랐던 점 등에서 이번 교체는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교체 시점이나 형식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명수(59·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이 이날 김소영(53·19기) 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후임으로 안철상 대법관을 임명한 것은 법원행정처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던 김 대법원장의 입장문 발표에 이은 쇄신 작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행정처 개편에 그치지 않고 행정처로 대표되는 사법행정 전반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24일 내놓은 김 대법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해석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판사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이 드러나면서 행정처를 혁신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임명한 김 처장은 개혁 작업을 이끌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김 대법원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자신이 직접 임명한 첫 대법관인 안 대법관을 전면에 내세워 향후 개편 작업을 수월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안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소영 대법관의 이력도 상당히 궤적이 다르다.
김 대법원장은 행정처 근무 경험이 전무하며 줄곧 일선에서 재판 업무만 맡았다. 또 과거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개혁 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그 후신 격으로 주요 구성원이 옮겨가 태동한 '국제인권법연구회' 1·2대 회장을 지냈다. 이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도 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다.
김 대법관의 경우 법원행정처 첫 여성 심의관(조사심의관)을 지냈고 사법정책실 사법정책심의관을 거쳐 정책을 총괄하는 사법정책총괄심의관을 역임했다. 또 전임 양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 내 주요 보직을 거친 판사와 교수 등 법조인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을 지냈다. '민판'(민판연)은 사시·연수원 수석 합격·수료자 등 최상위 출신이 대거 포진했고 과거에는 한 기수별로 극소수만 회원으로 참여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엘리트 모임'이라는 지적에 몇 해 전부터 문호를 개방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대법관에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된 안 대법관을 무리하게 처장에 임명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통상 법원행정처장은 임기를 절반 정도 지낸 대법관을 임명해 왔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혁신에 치중해 성급하게 결정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자칫 새 법원행정처장이 조직 장악에 실패하면 조직 개편은 물론, 이를 통한 사법제도 개혁 완수라는 김 대법원장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안 대법관은 행정처 경험이 없고 '강력한 리더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강력하게 법원 내부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격적이었던 이번 인선을 두고 김 대법원장이 김 처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처장이 임명된 지 6개월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논의 과정에서 김 처장이 추가조사를 결정한 김 대법원장과 견해차를 드러냈다고 알려진 점도 '경질설'에 힘을 싣는다.
이번 추가조사를 놓고 김 대법관은 판사 동의가 없는 PC 개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사법부 안정을 강조하는 입장에 서서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개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번 교체는 김 처장이 재판부 복귀를 원했기 때문일 뿐 경질설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임기 종료를 1년여 앞두고 재판부에 복귀했던 만큼 이번 교체도 관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김 처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대법원장과 대립했다거나 경질이나 문책을 당했다는 식의 해석은 사실이 아니다"며 "김 처장 본인이 재판부 복귀를 강하게 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할 때 진실은 '경질'과 '재판부 자진 복귀' 사이의 중간쯤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법원행정처장 교체를 강력히 원하는 대법원장의 의중을 읽은 김 처장이 여러 상황을 따져 보고 재판부 복귀 의사를 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행정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 처장이 먼저 재판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맞지만, 내심 교체를 원했던 김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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