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제주 4·3 아픔 보듬는다…70주년 맞아 추모행사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종교계가 역사적 상처를 되돌아보고 치유하는 추모 행사에 적극 나선다.
21일 종교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은 '제주 4·3 70주년 추모사업'을 올해 종단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토론회와 천도재 등 다양한 행사를 종단 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3월 14일 서울 조계사 내 불교역사박물관 국제회의장에서 '제주 4·3항쟁과 불교 토론회'를 열어 4·3 당시 제주 지역 불교계의 역할과 수난을 조명할 예정이다.
오는 4월 3~7일 진행되는 제주 4·3 추모 주간 행사에도 참여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봉행하기로 했다. 영산재 형식으로 열리는 이 천도재에는 스님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국 사찰에도 추모 현수막 게재와 위령제 봉행을 권고할 예정이며,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4월 3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70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제주 4·3 추모에 동참하는 것은 불교 역시 당시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 지역 사찰 37곳 가운데 1곳을 제외한 36곳이 전소했으며, 스님 16명이 희생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제주 4·3으로 인한 불교계 피해가 컸지만 그 실태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동안 종단 차원에서도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70주년을 계기로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에 적극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주교는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우선 내달 22일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과 의미'를 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4월에는 부활절에 맞춰 주교회의 명의의 제주 4·3 70주년 부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4월 1~7일을 제주 4·3 7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해 추념 미사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도문과 소책자 배포 등을 통해 '인권·평화·화해·용서'라는 제주 4·3의 정신을 신자들의 삶에 연결하는 실천 운동 전개하고, 제주교구에서 전국 청년 학생 약 800명이 참여하는 '4·3 평화 신앙캠프'도 개최할 예정이다.
문창우 주교는 "제주 4·3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의 교훈을 얻길 바란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제주 4·3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문제들에 한목소리를 내는 전환점을 맞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신교계도 추모행사에 동참한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오는 3월 14~15일 4·3 역사 현장을 돌아보면서 아픔을 되새기고 반성하는 평화기행과 세미나를 제주에서 열 예정이며, 추모 예배도 계획하고 있다.
제주 4·3평화재단과 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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