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하게…작가들 개성 담긴 손바닥소설집
'우리는 날마다' 출간…소설가 19인 참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손바닥만 한 크기에 소설가 19인의 개성이 담긴 짧은 소설들을 묶은 손바닥소설집 '우리는 날마다'(걷는사람)가 출간됐다.
일반적인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분량의 소설을 초단편 또는 '장편(掌篇)', 손바닥소설이라고도 부른다.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로 짧은 독서를 선호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여러 매체와 작가들이 손바닥소설을 잇달아 펴내고 있는 가운데, 출판사 걷는사람은 '짧아도 괜찮아'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소설집을 기획했다. 지난해 8월 첫 번째 책 '이해 없이 당분간'을 펴낸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책으로 '우리는 날마다'를 냈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로는 1991년 등단한 공선옥 작가와 1992년 등단한 이만교 작가를 비롯해 김종광, 서유미, 김성중, 박민정, 강화길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과 2016년 등단한 박상영, 이경석 등 신예를 망라했다.
가로 112㎜, 세로 185㎜로 외투 호주머니에도 들어갈 법한 크기의 책에 한 작품당 분량이 고작 다섯 장 안팎이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들 저마다의 개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출판사 측은 이번 소설집의 테마로 '첫'이란 화두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첫'이란 모티프로 길어낸 이야기들은 작가마다 천차만별이다.
공선옥 작가의 '노인과 개'는 퇴직하고 시골로 귀촌한 중년 남자가 아내의 구박을 견디며 애완견을 기르는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구성진 입담으로 풀어냈다.
역사소설을 많이 써온 김종광 작가는 '화랑의 탄생'이란 제목으로 신라 시대 평민들로 구성된 화랑의 결성과 해체에 얽힌 뒷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강화길 작가의 '황녀'는 조선의 마지막 옹주가 신분을 감춘 채 삯바느질을 하며 살다가 시대의 풍파에 휩쓸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이야기를 쓸쓸하게 그린다.
서유미 작가의 '알 수 없는 것'은 사무직으로 일하는 한 여성이 지인과 통화하다 우연히 옛 남자친구의 부음을 전해 듣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박민정 작가의 '우리는 날마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경기 외곽의 한 대학교로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날마다 셔틀버스 안에서 별 이유 없이 서로를 혐오하고 할퀴는 풍경을 그린다.
'손바닥소설'이라는 친근한 이름처럼 며칠 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며 틈틈이 읽고 천천히 곱씹어 즐기면 좋을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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