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터키 새해 공공요금 인상, 한국기업 운영 SOC에 '불똥'
통행료 인상 후 언론·의회서 '최소수익보장'계약 민자사업 국고부담 지적
SK건설 "통행량 계속 증가, 국고 보전 없어질 것" 낙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한국 업계가 건설·운영하는 민자 사회간접자본(SOC)에 '혈세 부담'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터키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아흐메트 아큰 의원은 8일(현지시간) 의회 전체회의에서 '아브라시아터널(유라시아터널)', '야우즈 술탄 셀림교'(보스포루스 제3교), '오스만 가지교'에 투입된 재정 부담에 관해 질의했다고 터키 언론이 9일 보도했다.
이들 3개 시설은 모두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조건이 걸린 민자유치 공공시설이다.
아큰 의원은 세 시설 모두 새해에 통행료가 인상돼 이용자 부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일정 수입을 터키정부가 보장하는 조건이 달려 있어 막대한 국고가 운영업체에 지불됐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터키에서 MRG 조건의 민자 사업은 이 세 건이 전부다.
이 가운데 제3교와 유라시아터널 건설을 한국업체가 맡았고, 유라시아터널은 운영 주체도 한국·터키 공동법인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해저를 관통한 유라시아터널은 터키정부가 추진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 계약 가운데 최초로 MRG가 적용된 사업이다.
MRG 조건의 민자사업은 초기 재정부담 없이 도로나 철도 같은 대규모 SOC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뻥튀기' 수요 예측 탓에 사업자에게 장기한 막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일쑤여서 한국에서는 '혈세 먹는 하마'로 악명 높은 방식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나 천안논산고속도로 등 투자사 맥쿼리가 수주한 각종 민자도로사업이 대표적이다.
올초 터키정부가 통행료 일제 인상을 발표하자 일부 언론은 유라시아터널 사례를 들며 국고 부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터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라시아터널의 예상 통행량은 1일 6만8천대이지만 작년 상반기에 실제 통행량이 그 절반 수준인 3만4천대에 그쳤다.
통행료(승용차 4달러, 버스 6달러)를 평균 5달러로 잡고 계산한다면 터키정부가 보전한 적자는 연 6천200만달러(약 660억원) 수준이다.
일부 언론은 유라시아터널 적자 보존에 연간 1억달러(약 1천1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유라시아터널 건설·운영법인 아타시(ATAS)의 SK건설쪽 관계자는 "유라시아터널의 MRG는 보전액이 연간 1억달러 미만으로 설계됐다"며 "손실 보전이 1억달러가 넘는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스포루스해협 통행료 인상이 공공요금 인상과 고물가의 대표 항목으로 거론돼 혈세 부담 논란이 확산할 우려가 제기된다.
SK건설 관계자는 그러나 "나머지 2개 MRG 사업에 견줘 유라시아터널은 통행량이 계속 증가, 조만간 예측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자연히 국고 부담 논란이 수그러들 것으로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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