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매 비극 '엄마 실화'로 기울어…거짓말탐지 조사 불투명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세 남매 화재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방향이 '엄마의 실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일 오후 실수로 불이 나게 해 방에서 자고 있던 세 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한 정모(23)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한다.
이는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이뤄지는 것으로 경찰은 '실수로 불을 질렀다'는 정씨의 진술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현장 확인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새벽 세 남매가 화재로 숨진 사건 직후 유일한 생존자인 엄마 정씨의 방화를 의심했다.
아파트 내부 세 남매가 자고 있던 방에서만 짧은 시간에 급격한 연소가 이뤄지고 세 남매를 구하지 않고 정씨만 살아남은 정황이 수상한 탓이었다.
여기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 했다',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껐다', '신고하려 방에서 아이들을 놔두고 나왔다' 등 사건 초기의 진술을 모두 번복한 정씨의 자백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정씨가 긴급체포, 구속 등을 거치며 점차 일관되게 실화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고, 현장감식과 부검을 통해 방화와 연관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점을 토대로 경찰은 방화에 대한 의심을 점차 거두고 실화 쪽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국과수가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이나 시신 가검물에서 방화가 의심되는 증거가 추가로 나오면 수사 방향은 얼마든지 바뀔 여지는 있다.
수사 방향이 실화 쪽으로 기울면서 애초에 진행할 계획이었던 정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방화에 대한 어느 정도 증거나 자백이 있어야 이를 확인하는 거짓말탐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추가 증거나 자백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까지 죄책감과 충격으로 곡기를 끊은 정씨는 소량이나마 죽 등을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을 거치며 '나도 죽었어야 했다'며 오열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불을 끄고, 담배꽁초를 던져 불이 나게 해 4세·2세 아들과 15개월 딸 등 3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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