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수사중"이라며 보이스피싱…사회초년생들 당해
'한국서 큰돈 벌 수 있다'…동남아인까지 범죄 가담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주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대출까지 받게 한 뒤 돈을 챙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외국인 인출책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27)씨와 B(20)씨 등 말레이시아인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C(23·여)씨 등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 17명으로부터 1억3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지난해 11월 30일 검사를 사칭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지하철 화정역 물품보관함에 1천800만원을 보관했다가 이를 빼앗기는 등 피해자들은 모두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
검찰청에서 사기사건의 대포통장 명의자를 수사 중이라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이 안내받은 검찰청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사건 접수 내역이 조회되게끔 하는 수법이었다.
대포통장 수사도 검찰청 사이트도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이 만들어낸 거짓말과 가짜였으나, 피해자들은 치밀한 사기수법에 속아 넘어갔다.
피해자들은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으로, 대학생과 무직자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중 일부는 '보안등급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속아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는 '2차 피해'까지 겪었다.
C씨의 경우 저축은행 3곳에서 1천800만원을 대출했고, 이 채무가 고스란히 자기 몫이 됐다.
계좌이체도 아닌 물품보관함을 이용해 현금을 그대로 넘겨주는 바람에, 현재로썬 이를 구제받을 방법조차 없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범행을 저지른 말레이시아 출신의 피의자들은 '한국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페이스북의 구인 광고를 보고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에 가담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와 중국어가 널리 통용돼 이들은 중국 조직과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여행방문 단기체류 목적의 경우 무비자로 국내에 90일까지 머무는 게 가능했다.
이에 건당 20만∼50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말과 12월 초에 각각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와 약 보름간 지시에 따라 일을 했다.
이들이 피해자들의 돈을 총책에 넘겨주고 챙긴 돈은 약 25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를 다시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기관에서는 절대 돈을 찾아 다른 곳에 보관하게 하거나 이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계좌인출 등을 요구하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 오면 보이스피싱을 먼저 의심하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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