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부터 '저글러스'까지…올해 허를 찌른 KBS드라마들
'약체' 예상 딛고 동시간 1위…예능국서 만든 '고백부부'도 히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과장' '추리의 여왕' '마녀의 법정' '저글러스'….
올해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드라마이자, 방송 전까지는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뚜껑을 열자 판세를 완전히 뒤집은 작품들이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서는 "올해 KBS가 유난히 허를 찌른 드라마를 많이 선보였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부터는 노조가 파업 중임에도 12월 현재 KBS 월화극('저글러스'), 수목극('흑기사'), 주말극('황금빛 내인생')이 모두 선전 중이라 드라마업계에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 "기대 안했는데"…동시간 1위에 신드롬까지
지난 1~3월 방송된 '김과장'은 자체 최고 시청률 17.6%를 기록했고, 남궁민이 연기한 타이틀 롤 김과장은 코믹함과 엉뚱함으로 큰 웃음을 선사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한류스타 이영애가 주연한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와 MBC TV 비행기 재난 드라마 '미씽나인' 등을 가볍게 제치고 동시간 1위를 차지했다. 방송 전에는 누가 봐도 '김과장'이 '최약체'로 보였다. 그러나 '김과장'은 보란 듯이 뒤통수를 치며 동시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KBS는 원래 '김과장'을 2016년에 방송할 계획이었으나 주인공 캐스팅에 난항을 겪으면서 편성이 밀렸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찾던 제작진은 캐스팅이 안 되자 '눈을 낮춰' 스타성보다는 연기를 잘할 배우를 찾았고 남궁민을 낙점했는데 그게 신의 한수가 됐다. 연기 인생 18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 롤을 맡게 된 남궁민이 김과장 역할과 찰떡궁합을 보이며 생각지도 못한 화학작용을 냈다.
10~11월 방송된 정려원-윤현민 주연의 '마녀의 법정'은 시작 전 배우들이 "시청률 7%만 가자"고 바랐던 작품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4.3%로 막을 내렸다. 희망하던 7%를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마지막에서는 MBC와 SBS의 경쟁작을 무려 10%포인트 전후로 따돌렸다.
방송 전에는 서현진-양세종 주연 멜로 SBS TV '사랑의 온도', 한예슬-김지석 주연 로맨틱 코미디 MBC TV '20세기 소년소녀'가 '마녀의 법정'보다 훨씬 강해 보였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마녀의 법정'이 빠른 속도로 치고 나왔다. 정려원이 연기한 주인공 '마이듬'의 캐릭터가 확실한 색깔을 띠면서 시즌2 요구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시작한 '저글러스'는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았다. '저글러스'는 지난 26일 9.9%를 기록하며 동시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간 경쟁한 MBC TV '투깝스'는 5.3%-6.2%, SBS TV '의문의 일승'은 5.6%-6.3%를 기록했다.
최다니엘-백진희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저글러스'는 조정석-혜리 주연 판타지 '투깝스', 액션과 현실 비판이 결합한 '의문의 일승'에 비해 이렇다 할 특색이 없어 보였다. 제목도 무슨 뜻인지 단번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투깝스'와 '의문의 일승'이 호기로웠던 기획의도와 달리 산만하게 갈지 자를 걸으면서, 익숙하고 안정된 구성의 '저글러스'가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 신진 작가 발굴 성공…시즌2 제작까지
신진 작가 발굴에 성공한 것이 KBS의 '허를 찌른 승리'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4~5월 방송한 '추리의 여왕'의 이성민 작가, 5~7월 방송한 '쌈, 마이웨이' 임상춘 작가는 모두 올해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선보였는데, 그 첫 작품으로 히트를 쳤다.
'추리의 여왕'은 시청률에서는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한국형 미스 마플' 식 추리극을 선보이며 새로운 장을 개척했고 그 결과 내년 2월21일 시즌2 방송이 확정됐다. 주연을 맡은 최강희-권상우가 드라마에 매료돼 시즌2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사천리로 시즌2가 진행된 것 역시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계획에도 없었던 시즌2가 시즌1이 방송된 지 9개월 만에 남녀 주인공 그대로 방송을 하게 됐다.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3.8%로 막을 내린 '쌈, 마이웨이'는 같은 시간 경쟁한 MBC TV '파수꾼'(9.3%-10.2%)과 SBS TV '엽기적인 그녀'(7.7%-8.7%)를 방송 내내 눌렀다. 신예 김지원과 박서준을 주인공으로 기용한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가 액션 수사극 '파수꾼', 대대적으로 성공한 원작에서 파생한 '엽기적인 그녀'를 제친 것 역시 방송가에는 파란이었다.
8~9월 방송한 '최강 배달꾼'도 기대를 넘어선 흥행을 했다. 신예 고경표-채수빈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최강배달꾼'은 떠오르는 배우들을 기용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약한 캐스팅에다가 착하기만 한 이야기가 약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착한 이야기'가 배우들과 잘 어우러지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 7.7%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호화 캐스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전작 '최고의 한방'의 5.4%를 가볍게 넘어서는 성과였다.
또 예능국에서 만들어 10~11월 방송한 '고백부부'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큰 호평을 받았다. 오랜 기간 캐스팅이 안돼 애를 먹었던 '고백부부'는 막판에 장나라-손호준을 잡는 데 극적으로 성공했지만 닳고 닳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해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에 이어 호흡을 맞춘 권혜주 작가-하병훈 PD가 신파와 코믹을 절묘하고도 센스있게 배합하는 데 성공하면서 '고백 부부'는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한 방송국 CP는 30일 "방송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 성공하는 사례는 늘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KBS에서 허를 찌른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BS 드라마국에서 많은 PD가 다른 방송사로 이적했음에도 이런 성과가 나온 게 놀랍다"며 "그게 결국 KBS의 저력 아니겠냐"고 평가하기도 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