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800조 규모로 추산, 경제회복, 미국 군사비 지출 확대 탓
북ㆍ중 전략위협 증가도 한몫, 유럽권 증가세가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경제회복과 중국의 부상 및 북한발 전략적 위협 증가 등으로 국제사회는 내년에 냉전 이후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의 국제 군사정보 전문업체인 IHS 제인스는 최근 내놓은 2018년 세계 군사비 지출 전망보고서(Jane's Defense Budget)를 통해 내년 한 해 국제 군사비 지출이 1조6천700억 달러(1천80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냉전 이래 가장 큰 지출로 2010년의 2010년에 기록한 1조6천300억 달러를 상회했다. 또 올해보다는 3.3% 증가한 것 나타났다. 증가율로는 10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미국의 군사비 지출 확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IHS 제인스 소속 페넬라 맥거티 수석 분석가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내년도 군사비 지출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풀이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과 관련해 군사비 지출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GDP 대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7%에서 2.2%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중동 지역이 군사비 지출 증가율을 견인한 것과 달리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이 군사비 지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내년에 군사비 지출을 올해보다 4.8% 확대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7천억 달러(754조4천600억 원) 규모의 2018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골자로 하는 국방수권법안(NDAA)에 최근 서명했다.
미국보다 더 군사비 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지역이 유럽으로 보고서는 서유럽의 내년도 군사비 지출이 1.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그리스, 에스토니아, 터키, 라트비아, 영국,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8개 회원국은 GDP 대비 2%를 군사비로 사용하라는 지침에 따르기로 했다.
특히 동유럽권 국가들은 내년에 군사비 지출을 GDP 대비 2% 이상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당면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삼국의 내년도 군사비 지출은 2014년보다 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맥거티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권의 대다수 국가는 기갑차량 도입 등 장비 현대화 부분에 군사비 지출을 집중해왔다"며 "실제로 동유럽 국가들은 기갑차량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 하락세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올해도 군사비 지출이 계속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2015년 대비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내년에도 군사비를 올해 대비 5%가량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군 현대화 작업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루한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군사비 지출을 계속 확대할 것이지만, 낮은 원유가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어 경제회복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및 북한의 핵 문제 등 전략적인 위협 탓에 아시아 태평양권의 군사비 지출이 내년에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IHS 제인스의 크레이그 카프리 분석가는 "경제성장이 주요인이지만, 동ㆍ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의 최근 군사적 행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반란 등도 아ㆍ태권의 군사비 지출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카프리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아ㆍ태권이 세계 군사비 지출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h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