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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통곡의 성탄 전야…캐럴송 실종 거리엔 추모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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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통곡의 성탄 전야…캐럴송 실종 거리엔 추모 현수막
희생자 19명 영결식에 눈물바다…합동분향소에 추모행렬
성당·교회마다 예수 탄생 축하 대신 희생자 넋 기려
도심 인적 끊겨 적막…손님 없는 식당 일찍 문 닫아

(제천=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거리마다 경쾌한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온가족이 외식을 즐기거나 자녀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흥겨운 크리스마스 이브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하루종일 쏟아진 장대비에 눌려 도심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29명의 희생자를 낸 사상 초유의 참사를 맞은 충북 제천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희생자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서글픈 날이 돼 버렸다.
29명의 희생자 가운데 19명을 한꺼번에 떠나보낸 24일 제천은 도심 전체가 장례식장이 된 듯했다.
성탄절 연휴를 맞아 어느 때보다 북적거렸을 이날 화마에 앙상하게 남은 제천 스포츠센터 뼈대가 을씨년스럽게 화재 참사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거리마다 인적은 끊겼고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이 썰렁했다.
인파로 붐벼야 할 중앙동 문화의 거리는 발길을 재촉하는 주민조차 찾기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이곳에 설치된 높이 8m의 대형 성탄 트리만 마치 눈물을 흘리 듯 이날 내린 빗물이 가지가지에 맺혀 커다란 물방울을 만든채 덩그러니 서 있었다.

제천의 교회와 성당들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 대신 화마로 목숨을 잃은 목사·성도를 기리는 예배를 여는 등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이번 참사로 이항자(57)·김태현(57) 권사를 떠나보낸 제천 시온성교회는 애초 성탄 전야제 예배와 예수 탄생 공연을 준비했으나 전면 취소하고 오후 위로예배로 대신했다.
이 교회의 박정민 목사는 "두 분은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천사 같은 분들"이라며 "울지 말아야 하는데 오늘 자리에 계셔야 할 분들이 안 계시니 눈물이 자꾸 나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는 26일 영결식이 엄수될 정희경(56)씨는 제천동부교회 성도다. 이곳 담임목사와 성도들은 추도 기도를 하며 정씨를 애도했다.
제천중앙성결교회도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박한주(62) 담임목사를 기리는 예배를 했고 드림성결교회는 박재용(42) 목사 추모 예배를 했다.
제천 시내는 인파로 북적거려야 할 성탄절 이브 분위기가 자취를 감췄다. 거리 곳곳에는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중앙동 문화의 거리 상인들은 "작년 이맘때는 무대를 세워 성탄 축하 행사도 하고 캐럴도 흥겹게 울려 퍼졌는데, 오늘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카페 주인은 "이번 화재로 수십 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는데 경쾌한 캐럴이 가당키나 하겠느냐"며 "잔잔한 음악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성탄절에 연말 송년회 모임까지 겹쳐 단체 손님들을 받느라 분주해야 할 식당가도 썰렁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참사 이후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고 전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아예 영업을 접고 문을 닫은 가게도 눈에 띄었다.
제천시청의 한 공무원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가족끼리 외식을 하며 즐겁게 보내려고 했지만, 취소했다"며 "도시 전체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으로 젖어 있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제천은 작은 동네"라며 "건너 건너 다들 아는 분들인데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돌아가셨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울먹였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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