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엄격한 새 안보리 대북 결의 초안 러 요구로 수정"
"북한 노동자 추방 조항 등 삭제"…협상 통한 사태 해결 거듭 촉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외무부가 2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2397호 채택 과정에서 자국이 기울인 제재 약화 노력을 강조하며, 한반도 위기의 정치·외교적 해결을 위한 협상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내놓은 공보실 명의의 논평을 통해 "(안보리) 결의 문안 조율을 위한 몹시 긴장된 작업을 통해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전면적 경제·통상 봉쇄와 북한의 모든 지도부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던 미국의 아주 엄격한 초안을 상당 정도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노력으로 성사된 미국 측 결의 초안 수정 내용을 열거했다.
외무부는 "러시아 대표단의 요구에 따라 결과적으로 석탄 운송을 위한 '나진-하산' 대규모 러-북 프로젝트의 지속적 이행과 양국 간 직항 항공 노선 유지가 보장됐으며, 북한 최고지도부와 정부 및 노동당에 대한 제재,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 전면 금지 등이 (결의에서) 제외됐고,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에 대한 나포, 검문 등과 관련한 조항도 약화했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주의적 고려에서 북한 노동 이민자들의 대규모 추방에 관한 조항 삭제도 성사시켰으며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이 24개월 안에 귀국할 수 있게 됐다"면서 "게다가 이 요구는 수용국(러시아 등) 국적을 취득한 북한인이나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추방이 허용될 수 없는 북한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주재국의 국적을 취득하거나 난민 지위 획득 등으로 추방당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면 이들에게는 '2년 내 본국 귀환'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외무부는 이어 "지속적인 정치·외교적 해결 모색 대신 (북한에) 광범위한 국제적 제한을 가하려는 미국의 기조는 누적된 문제와 이 지역(한반도 지역) 정세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면서 "해당 안보리 결의들의 제재 조항뿐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정치·외교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조항의 이행으로 옮겨갈 때"라며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효율성을 선보인 낡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 셈법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은 명백해졌다"면서 "고립과 압박(정책)이 대화와 협상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외무부는 이밖에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자제력을 보이고 동북아 전체와 그 외 지역에 예측할 수 없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행동을 포기하길 촉구한다"면서 "러시아는 협상 과정의 조속한 가동을 지지하며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상호 수용 가능한 방안 모색을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러시아가 제안한 '로드맵'(평화적 단계적 문제 해결 구상)도 이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자국이 내놓은 북핵 해결 방안인 로드맵 이행을 거듭 주문했다.
안보리는 앞서 전날 대북 유류(油類) 공급 제한을 한층 강화하고 북한의 '달러벌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귀환시키도록 규정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러시아도 지지한 새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한 데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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