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토막 났던 마크롱 극적인 반등세…"전례 없는 현상"
여론조사서 '좋은 대통령' 응답률 54%…한 달 만에 9%P 뛰어
노동개편 등 주요과제 무난히 통과시켜…美 리더십 공백 채울 '적임자' 부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반토막' 나며 추락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극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여론조사기관도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분간 마크롱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마크롱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4%로 한 달 전보다 9%포인트 급등했다.
오독사의 같은 조사에서 마크롱의 호감도는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58%로 최고였다가 계속 하락해 9월과 10월 44%까지 떨어졌다. 11월에 45%로 소폭 상승한 뒤 이번 달에는 9%포인트나 뛰었다.
특히 마크롱은 중도우파 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70%로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무려 15%포인트나 치솟은 수치다.
마크롱은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크게 올랐다.
자신을 좌파 지지자라고 밝힌 유권자 중 마크롱을 좋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은 45%로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9%포인트 뛴 수치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좌파 유권자들은 중도파를 표방한 마크롱을 친(親)기업 성향의 우파 대통령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는 의외의 결과다.
마크롱은 44%(오독사 조사 기준)라는 낮은 지지율로 여름 휴가철 이후의 본격적인 국정과제 추진 시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돌파력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법안들을 야당의 별다른 반발 없이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기업의 해고 권한을 늘리고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한 노동 유연화 방안은 좌파진영과 주요 노조들의 거센 반격에 직면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많았지만, 예상외로 반발은 크지 않았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민 지식인' 장 도르메송과 '프랑스의 엘비스'로 불린 전설의 록스타 조니 알리데(영어식으로 '조니 할리데이')가 잇따라 별세하자 마크롱이 장례식에 직접 참석해 애도한 것도 호감도 상승에 한몫했다고 오독사는 평가했다.
오독사는 마크롱은 지지율이 극적으로 반등한 첫 대통령이라면서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오독사 외의 다른 여론조사들에서도 마크롱의 상승세는 확실히 읽힌다.
Ifop가 지난 8∼16일 유권자 1천9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52%로,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7월(54%) 이후 최고치다.
마크롱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제왕적 대통령' 논란 등으로 석 달 만에 22%포인트(Ifop 조사 기준)나 내려앉는 등 줄곧 하락세였다.
마크롱의 이 같은 상승기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오독사는 전망했다.
마크롱의 '적수'라고 불릴 만한 야당 정치인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제1야당인 공화당의 새 당수로 선출된 로랑 보키에,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정도가 있지만, 마크롱보다 인지도와 지지도가 한참 떨어진다.
최근 들어 프랑스의 경제 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립주의'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생긴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백'을 마크롱이 채워가고 있는 것도 지지율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게 할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