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경제안보 중시' 천명한 트럼프 독트린(종합)
대선 슬로건서 美외교정책 결정요인된 '아메리카 퍼스트"
"中·러, 美의 부에 도전"…'경제안보=국가안보' 첫명시
'中=경쟁자'로 규정한 건 파트너로부터의 '급격한 이동'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안보'를 천명한 '트럼프 독트린'(doctrine)으로 규정했다.
우선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와 전략을 담은 새 NSS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CNN은 '아메리카 퍼스트'가 정치 슬로건을 넘어, 미국 외교 정책 결정을 인도하는 힘이 됐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고립주의'(America Alone)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왔지만, 새 NSS는 미국이 동맹들과 멀어지는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미국은 자립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새 NSS는 특히 미국 무역 불균형에 주목하고 다른 나라의 '경제적 침략', 사실상 중국의 공세를 경고했다.
경제적 안보를 국가안보로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이전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징이다. 실제 새 NSS 보고서에서 '미국의 번영 증진'은 NSS의 4가지 핵심 이익 가운데 두 번째 축으로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NSS 발표에 맞춰 한 연설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이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는 것을 인정한다"며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있어 경제적 활력, 성장, 번영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성과 상호호혜적 원칙에 기초한 무역을 요청한다"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지적 재산권 침해에 단호한 행동을 촉구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을 '라이벌 강대국'으로 부르며, 두 국가가 "미국의 부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새 NSS의 두 가지 접근법을 "경제문제의 더 큰 강조", "국토안보와 국경문제에 대한 전례 없는 집중"으로 요약했다고 소개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혁신의 기초'를 지키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중국이 유명한 미국 기술을 사들이는 것을 막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또 정부 관계자들이 새 NSS가 중국을 경쟁자로 명시한 부분은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 중국을 파트너로 봤던 것에서 '급진적 이동'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NYT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개인적인 친분, 대북 정책 등 중국과의 협력 결정에도 불구하고 새 NSS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또 새 NSS 보고서에 중국이 23차례나 언급되는데, 이는 2015년 2월 발표된 오바마 정부 NSS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후 발표한 성명에서 "재무부는 국제금융기관의 자유로운 성장 정책을 선도하고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호혜적인 무역 원칙의 근간을 발전시킴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유보적인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무역 조치를 경고하긴 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중국에 대한 그의 개인적 관점은 지난 11월 방중 우호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콩 중문대 사이먼 셴 교수는 조지 부시 대통령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했지만, 정책으로 쉽사리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션 교수는 "9·11 이후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을 때 미국은 역설적으로 이 '전략적 경쟁자'의 경제적 진전의 주요 조력자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정치 유세 스타일로 진행됐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진행된 이 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성과는 내세우고, 전임 대통령의 과오를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임 정부 지도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은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도 정부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 일어설 것"이라며 "미국의 성공은 뻔한 결과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쟁취해야만 하고 이겨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연설답게 연단 위 배경엔 두 개의 대형 성조기가 내걸리고, 트럼프 대통령 뒤로 여섯 개의 성조기가 나란히 세워졌다. 객석엔 정부 각료와 군 지휘부가 청중으로 참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NSS 내용보다 더 흥분된 어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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