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 여진…재심청구 잇따라(종합)
서청원·유기준·류여해·박민식 등 탈락자들 항의…릴레이 기자회견
8명 재심 청구…당 지도부 "객관적으로 진행, 흠집내는 언사 자제하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고상민 기자 = 당 혁신 차원에서 이뤄진 자유한국당 당무감사 결과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당은 당무감사 결과를 근거로 17일 현역 의원 4명을 포함한 62명을 당협위원장직 교체 대상으로 발표했고, 하루가 지난 18일 이들 당협위원장의 반발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불가피한 조직 혁신이자, 당무감사 자체가 객관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는 등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힌 만큼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는 친박(친박근혜)계인 서청원·유기준 의원과 배덕광·엄용수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 및 류여해(서울 서초갑) 최고위원에 더해 권영세(서울 영등포구을), 박민식(부산 북구강서구갑) 전 의원 등 인지도가 높은 당협위원장 상당수가 포함됐다.
이날부터 재심 절차가 진행되지만, 이들은 재심과는 별도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박계 4선인 유기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교체 대상자로 선정된 원외 당협위원장 10여 명과 함께 당무감사 결과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 의원은 "당 대표의 폭주를 견제해 온 저 같은 인사를 희생양 삼아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당내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당력을 모아 대여투쟁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사당화를 위해 내부 정적 제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박민식 전 의원도 이번 당무감사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그는 통화에서 "영남권이라고 다 같은 영남권이 아니다"며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거 입성한 낙동강 벨트 지역구와 대구·경북(TK)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르면 19일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하면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박 전 의원 지역구 내 시·구의원 등 선출직들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 때 서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당의 표밭인 해운대보다 높은) 33.67%의 득표율을 얻어냈다"며 당무감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류여해 최고위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울분을 터뜨린 데 이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반발했다.
류 최고위원은 "여자 정치인을, 그것도 싹을 꺾거나 뭉개는 것은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여성 정치인을 무시하는 오래된 정치 악습"이라며 "홍준표 대표는 여자를 무시하는 마초가 맞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여기에 친박계의 맏형 격이자 국회 최다선(8선·경기 화성갑)인 서청원 의원은 전날 "고얀짓"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은 데 이어 이날도 서 의원의 지지자들이 국회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 의원(경기 화성갑)을 비롯해 경기 화성지역의 갑·을·병 당협위원장이 일제히 교체 대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이 지역 시·도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고 "지방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화성시 갑·을·병 3개 당협위원장을 전부 교체한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당무감사 결과는 홍 대표의 사당화와 바른정당 복당파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후안무치한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했다.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한 이들은 이날 현재 유기준 의원과 7명의 원외 당협위원장 등 모두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오는 20일 마감 이후 재심을 청구한 이들의 명단을 공개할지를 검토키로 했다.
탈락자들의 강력 반발에 당 지도부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는 물론이고 원내대표인 저도 발표될 때까지 그 결과를 전혀 모를 정도로 객관적으로 진행됐다"며 "당 지도부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일말의 오해를 남기지 않게 극도로 진중하고 신중했다"고 강조했다.
홍문표 사무총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 결과를 놓고 자기 나름대로 논리와 이야기는 있겠지만, 주장이 지나쳐 당에 대해 흠집을 내는 좋지 않은 언사는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한 주요 당직자는 통화에서 "당협위원장 교체는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탈락자들이 법적 소송에 나서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방어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들을 완벽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탈락자는 당무감사 결과를 수용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전하진 전 의원(경기 성남 분당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어제 당무감사 결과를 통보받고 지역구 당협위원장 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지금의 한국당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보다 한 명의 당원이라도 더 모을 수 있는 위원장이 필요한 듯하다"며 "그 점에서 저는 확실한 비전 제시도 못 하는 상황에서 발로 뛰어 당원을 모집하는 일에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라고 자인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상고심 판결이 오는 22일 내려지는 데 대해 "사법부의 양심을 믿는다"고 밝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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