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원인 이틀째 '오리무중'…3명 '세균감염' 확인(종합)
감염 세균 종류는 20일 이후 확인 가능할 듯…2명은 '괴사성 장염'
질병관리본부, 즉각대응팀 파견…"전원조치 12명도 세균배양검사"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신재우 김민수 기자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사망원인이 이틀째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사망 신생아 4명 중 3명이 '그람음성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확인된 점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세균 감염이 있었다고 해도동시다발 사망의 원인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이다.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이 그람음성균으로 분류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8일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 전 시행한 혈액배양검사를 살펴본 결과 그람음성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배양 검사가 진행 중으로 정확한 균종은 20일 이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배양검사는 혈액 내의 미생물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혈액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균을 배양해야 하므로 검사에 수일이 걸린다.
환아들이 피를 뽑은 시점은 16일 오후 3시 전후다. 의사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 증상이 나타나자 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명 중 1명에 대해서는 검사 지시가 없었다. 환아들은 오후 9시 32분부터 오후 10시 53분까지 1시간 21분 사이에 모두 숨을 거뒀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17일부터 즉각대응팀을 파견해 서울시와 함께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사망 환아 의무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 검체, 사망 환아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사망 신생아 2명에게 '괴사성 장염'이 있었다고 밝혔다. 괴사성 장염은 인공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미성숙한 아이의 장 점막에 무리가 오면서 천공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경우에도 미숙아들은 최악의 경우 급성 복막염이나 패혈증으로 악화해 사망할 수도 있다.
사망 사고 직후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신생아 12명에 대해서는 이상증세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퇴원한 4명 중 1명은 감기증상으로 17일 입원했고, 전원한 8명 중 1명은 기력저하 상태로 파악됐다. 나머지 신생아들은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이들에 대해서도 혈액배양검사를 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감염 또는 기타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며,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도 경찰의 사망원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정오를 넘겨 첫 시신 부검을 시작했다. 연구원 측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많은 것을 들여보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만큼 부검이 끝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부검을 해도 사인이 당장 밝혀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을 통해 최종 사망에 이르게 한 질환은 확인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런 질환에 영향을 미친 '선행사인'을 분석하는 데는 시일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혈액, 약물 등에 대한 검사는 1주일 정도, 종합적인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은 사고가 난 신생아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앞에는 사과문을 붙여놓았다. 또 병원 외부에 걸린 각종 홍보 현수막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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