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구하는 일이 심장 뛰는 일"…여성최초 '최고 영웅 소방관'
삼남매 워킹맘 김미희 소방장…"만삭 때까지 사이렌으로 태교했어요"
(보령=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현장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상태가 좋아지는 환자들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체력이 되는 한 현장에 남고 싶어요"
13일 소방청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에쓰-오일(S-Oil)이 올해 최고의 '영웅 소방관'으로 선정한 충남 보령소방서 웅천안전센터 김미희(41·여) 소방장은 여성최초로 이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이다.
그는 '심장을 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심정지 환자를 구하는 구급대원에게 주는 인증서인 '하트 세이버(Heart Saver)'를 총 7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공적을 보였다.
김 소방장에게 구급활동은 환자들의 '심장을 구하는' 일이면서,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다.
그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현장을 뛰고 싶다"는 일념으로 조금 늦은 나이인 23세에 대학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해 2002년 소방관이 됐다.
15년 9개월의 근속 기간 내내 현장 활동을 한 김 소방장은 여전히 "현장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구급 현장에서는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을 하고, 밖에서는 환자 가족과 소통을 하는 따뜻한 소방관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6월 한 4층짜리 빌라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김 소방장의 판단력이 빛이 났다.
보통 현장에 출동해 10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하고, 깨어나지 않으면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때도 환자가 10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하느냐 계속 현장에서 처치하느냐 하는 판단의 갈림길에 섰다.
김 소방장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렸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동안 심폐소생술을 중지하면 환자가 더 위험해지리라 판단하고, 일단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고 더 해보자는 생각에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18분 넘게 김 소방장이 혼신을 다해 처치했을 때쯤 환자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김 소방장은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이면서, 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6학년 두 딸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만삭 때까지 구급차를 타고 현장에 출동해 직접 들 것을 들고 환자를 부축하며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했다.
그는 "보통 산모들은 클래식으로 태교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삐용삐용' 사이렌 소리로 태교를 했다"며 "교통사고나 물에 빠진 사고 등 험한 현장에 가서는 뱃속의 딸에게 '엄마가 하는 일이야. 엄마가 하는 일이니까 괜찮다'며 다독였어요"라고 회상했다.
사이렌 소리로 태교를 한 삼 남매는 지금 누구보다 소방관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는 아이들로 컸다.
자녀들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김 소방장은 체력이 되는 한 현장에 남고, 현장에서 배운 노하우를 후배 구급대원에게 교육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조금씩 나이가 들며 체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제 덕분에 건강을 찾는 환자를 보면 기분이 좋고 여전히 현장에서 배우는 느낌이 든다"며 "앞으로 제가 배운 것을 구급대원 후배들에게 전달해주는 강사 역할도 해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so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