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아빠·인재근 엄마의 편지…'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딸 김병민씨 부모의 옥중서신 책으로 엮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1년 세상을 떠난 '영원한 민주주의자'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감옥에서 아내 인재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은 책이 발간됐다.
딸 김병민 김근태재단 기획위원이 엮은 책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알마 펴냄)는 김 전 고문이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1990년 국가안보법 위반건으로 두 차례 옥살이할 당시 부부 사이에 오갔던 서신 중 일부를 담고 있다.
'김근태 아빠'는 감옥살이를 하면서 "점차 껌뻑껌뻑하는 형광등이 되어가는" "소외감, 어떤 때는 씁쓸한 배신감조차 몰려오는" "마음은 더욱 외로워지고 상처는 매일 새로 도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음을 토로한다.
인간의 온기를 갈망하던 중 머리맡에서 돌아다니는 쥐들의 사랑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는 고백도 편지에 담겨 있다.
육아와 옥바라지에 시달리는 아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는 5년형을 선고받고 "신발 거꾸로 신을 자유를 돌려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당신의 이 추상적인 선물, 즉 '거꾸로의 자유'를 '나를 향한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이겠어요. 당신은 정말 음흉하고, 음탕한 사내에요. 결국 나에게서 이러한 고백을 받아내고자 부린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인재근 엄마'의 답신이다.
책에 담긴 옥중서신 이미지마다 '검열필' 도장이 찍힌 모습이 눈길을 끈다.
1978년 수배 중에 월곡동 염색공장 보일러공이었던 김 전 고문이 역시 수배 중이었던 '옥순이' 인 의원을 생각하며 쓴 연애편지들도 책에 포함됐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사회의 성도덕 등에 대한 청년 김근태의 솔직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책 제목은 1983년 3월 김 전 고문이 쓴 편지에서 따온 것이다. "한두 번쯤 복받쳐오는 것이 있었을 것이고 필경 이것은 서러움이었을 게요. 뭐 반드시 서럽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태엽 풀린 유성기처럼 박자가 맞지 않는다고 난리가 날 일도 아니고,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이 편지 텍스트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리고 있는 6주기 추모전 '따뜻한 밥상'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으로 변주돼 전시됐다.
책 244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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