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탈출' KB손보 이강원 "감독님 믿음 있었기에"
우리카드전서 20점 폭발…KB손보, 3연패 뒤 2연승
(의정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감독님께서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KB손해보험의 라이트 공격수 이강원(27)은 8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홈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3개, 블로킹 2개 포함 20점을 올리며 팀의 세트 스코어 3-0(25-23 25-22 25-17) 승리를 이끌었다.
마치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려는 듯 이강원은 코트 위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불살랐다. 이강원과 알렉산드리 페레이라(21점·등록명 알렉스)와 양 측면에서 막강 화력을 뽐낸 KB손보는 3연패 뒤 2연승을 거두고 3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강원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2-2013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IG손해보험(KB손보의 전신)에 입단한 그는 큰 기대를 받았으나 지난 시즌까지 좀처럼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교체 멤버로 부지런히 코트를 들락날락하기만 했다. 그랬던 이강원에게 올 시즌 기회가 왔다.
팀의 간판이던 김요한이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되고,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라이트가 아닌 레프트 알렉스가 지명되며 라이트 이강원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팀의 주포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강원은 잘할 때와 못할 때의 편차가 심했다. 이강원의 컨디션에 따라서 팀 성적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때는 삼성화재와 대적할 유일한 라이벌로 지목받았던 KB손보는 3연패 속에 2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이강원은 연패 기간 누구보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스트레스였고,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권순찬 KB손보 감독이 경기 뒤 "이강원이 우리 팀에서 마음고생이 가장 큰 선수다. 본인이 맡은 역할이 커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였다.
경기 수훈선수로 인터뷰장에 들어선 이강원은 취재진으로부터 권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뒤 "알아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 그동안 혼자서 배구한다는 지적을 많이 하셨다"며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강원이 스파이크를 때릴 생각만 하느라 기본적인 수비와 팀플레이를 소홀히 하는 부분을 혼자서 배구한다는 말로 지적한 것이다.
이강원은 "내가 부족하다 보니 감독님께서 내게 많은 말씀을 해주신다고 생각한다. 내가 봐도 많이 부족하다. 원하시는 게 많은데 그만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진다"고 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이강원은 그러나 권 감독이 자신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 그 하나만으로도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는 "감독님께서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내가 시즌 주전 라이트로 뛸 수 있게 믿음을 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뛸 수 있다. 그 외에도 고마운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강원은 이날 블로킹 1개가 부족해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서 후위 공격, 서브, 블로킹 각각 3득점 이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사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줄 알았다. 나와는 인연이 없는 기록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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