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온라인 대출업체 2천개 돌파…빚 못갚는 대출자 속출
당국 규제 완화·스마트폰 확산에 '손쉬운' 대출 만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온라인 대출업체 수가 2천 곳을 넘어섰으며 무분별한 대출 관행과 고금리로 빚을 못 갚는 대출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금융 사이트 'WDZJ.com'의 집계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중국 내 온라인 개인 간(P2P) 대출업체의 수는 2천4곳에 달했다.
P2P 대출은 온라인 소액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개발업자, 스타트업 기업 등에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안전기술 전문가위원회는 소액 대출업체의 수를 이보다 더 많은 2천693곳으로 집계했다.
중국의 온라인 대출업체 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당국의 규제 완화와 스마트폰 보급, 대출 관행 변화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는 국유 은행들이 국유기업 위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서민들이나 농민들은 대출받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10년 전 중앙정부가 소액 대출업체의 허가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주면서 소액 대출업체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더구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편리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온라인 대출이 확산하면서, 지금껏 은행 대출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를 뜻하는 '농민공'이나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 경력이 짧은 사무직 노동자, 중소 도시 서민 등이 주류를 이뤘다.
문제는 이들의 대출 상환 능력에 걸맞지 않은 과다한 대출이 이뤄지면서 빚을 못 갚는 대출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저우(廣州)성의 변호사인 뤄아이핑은 최근 온라인 대출을 갚지 못해 상담하러 온 고객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후난(湖南)성에 사는 정훙은 27살 아들이 사업 자금 등으로 30만 위안(약 5천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채 두 살배기 손자를 맡기고 잠적하는 바람에 하루 100통에 달하는 상환 독촉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청소부로 일하는 류전은 21살 아들이 7만 위안(약 1천200만원)의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불과 수개월 새 빚이 10만 위안(약 1천65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녀 아들의 수입은 월 2천 위안(약 33만원)에 불과하다.
우후죽순으로 불어난 온라인 대출업체의 파산도 속출하고 있다.
'WDZJ.com'의 집계 결과 최근 수년 새 중국 내에서 폐업한 온라인 대출업체의 수는 3천925곳에 달한다.
한 대출업체 사장은 "우리가 높은 금리를 받는다고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는 고객에게 대출하는 사업은 '신의 솜씨'와 같은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출 기간이 10일인 온라인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21.3%이지만, 일부 업체는 연 수백%에 달하는 금리를 부과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가 허용한 최고 이율은 연 36%이다.
온라인 대출업체의 무더기 파산에도 예금 금리가 연 1.5%에 불과한 저금리로 인해 온라인 대출업체에는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700만 명의 고객을 거느린 중국 온라인 대출업체 취뎬(趣店)은 증시 상장을 통해 9억 달러(약 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밖에 200만 명의 고객을 거느린 신얼푸(信而富), 파이파이다이(拍拍貸), 이렌다이(宜人貸) 등도 상장에 성공했거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학자 천위안위안은 "이전에는 농민공이나 젊은이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들어 친구나 가족에게서 돈을 빌렸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너무나 쉽게 대출을 받는다"며 "하지만 그들의 상환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집계 결과 올해 9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은 2년 전보다 50%, 1년 전보다 25% 급증해 39조 위안(약 6천400조원)에 달한다. 또한, 비은행 부문 대출도 이 같은 속도로 급격히 늘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