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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대로면 90여개 기업, 2조원 법인세 추가부담"
한국경제연구원 추산…삼성전자·현대차 2천~3천억원 증액 예상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여야가 4일 잠정 합의한 법인세 인상안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약 90여개 대기업의 법인세가 연 2조원 안팎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15%포인트(p)나 낮추는 감세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재계는 "우리만 반대로 법인세를 올리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기업에 25% 법인세율 적용
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오후 내년도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각 당 의원총회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고 최고세율 25%를 적용하기로 여야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인세율은 ▲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 200억원 초과 22%인데, 여기에 '3천억원 초과 25%' 구간을 하나 더 두는 것이다.
당초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에서 제시한 '과세표준 2천억원 이상에 법인세 최고세율 25% 적용'보다는 완화된 것이지만, 대기업의 법인세 수조원 추가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기업에 25%의 세율을 적용하면, 90여개 기업이 한해 약 2조원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와 여당안(2천억원 초과 기업에 25% 적용)이 실행된 경우의 추가 부담(2016년 신고 기준 129개사 연 2조5천599억원)보다 약 5천억~6천억원 적은 규모다.
하지만 야당이 주장해온 '구간 신설 없이 최고세율만 23%로 1%p 인상' 안에 따른 추가 부담(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1천100여개 기업 연 1조6천억원)보다는 많다.
개별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이번 조정으로 얼마나 늘어날 지는 복잡한 감면 조항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정확한 계산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경연이 최근 소개한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의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실제 법인세 납부세액은 2조4천880억원, 9천38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고세율이 22%일 때 이 정도의 법인세를 낸 것으로, 구체적 감면 내역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역산으로 25%를 적용하면 법인세 납부액은 2조7천818억원, 1조1천180억원 정도가 된다. 대략 2천억~3천억원 정도의 법인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민간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어 정밀한 추가 부담액 계산이 어렵지만, 여야 합의안만으로도 약 2조원 안팎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적 법인세 인하 움직임 등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안 자체가 재고되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 재계 "미국은 법인세율 15%p 낮추는데…세계 추세 역행"
더구나 지난 2일 미국 상원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15%p 낮추는 안을 포함한 감세법안이 통과되면서, 재계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감세법안의 최고세율도 20% 수준인 만큼 미국의 '법인세율 15%p 인하'가 거의 현실로 임박했기 때문이다.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경연 등 재계는 지금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요 경쟁국 업체보다 법인세를 많이 내는데, 세 부담이 더 커지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교수의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미국 각 10대 기업(매출기준)의 현금 유효법인세율(실제 법인세 납부세액/회계상 세전 이익)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21.8%로 미국(18.3%)을 웃돌았다.
한경연은 "한국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이 미국 대기업을 역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의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 교수와 한경연의 분석에 대해 "유효법인세율(실제 법인세 납부세액/회계상 세전 이익)은 기업의 세법상 법인세 부담 측정지표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계상 세전 이익'은 세무 조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세법상 과세소득'과 다르고, '실제 법인세 납부세액'도 세액공제 계산 시 세법 규정과 상이해 실제로 기업이 납부한 세액과 차이가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이 연구에서 미국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연결 재무제표·현금흐름표상 세전이익과 납부세액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개별기업 재무제표상 세전이익과 납부세액을 기준으로 산정됐기 때문에 기준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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