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소야대인데' 작년과 달리 예산시한 어겨…왜?
여야 정권교체·늘어난 쟁점·짧은 심사기간 등이 요인
작년 결산도 아직 미처리…역대 꼴찌 처리 오명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도 비교적 시한을 지켰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불발되면서 그 배경과 차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지형이 예산안 시한 내 처리 불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같은 여소야대 속에서도 시한을 지킨 지난해와 올해의 대비가 더욱 도드라지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와 다른 올해 예산 심사의 환경으로는 정권교체 등 달라진 정치 지형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쟁점, 짧은 심사 기간 등이 꼽힌다.
우선 지난해에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이 예산 심사 과정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둘러싼 여론 악화는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민주당 원내핵심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작년엔 여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때문에 예산에서 명분이 많지 않았고, 여론의 질타도 심했다"고 설명했다.
여소야대였지만 여당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예산안이 비교적 수월하게 타결됐다고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올해 5·9 대선을 거치면서 정권을 잡은 민주당도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에서 여소야대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여야 합의 불발로 국회의 예산 수정안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고, 정부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는 됐지만, 표결을 위한 상정절차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안을 통과키실 수 없는 만큼 상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경우 지난해에는 민주당과 협력해 대여 압박의 전선에 섰지만, 현재는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며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견제하고 있다.
올해 무엇보다 쟁점 예산이 많았던 점도 예산 심사를 어렵게 했다.
지난해의 경우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 인상 문제 등 2대 쟁점을 놓고 막판까지 대립했다.
올해는 법정시한을 이미 넘겼음에도 9대 쟁점 가운데 6개에서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여야는 납북협력기금, 누리과정, 건강보험 재정 등에서 합의 공감대를 이뤘지만, 나머지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후속대책 예산 등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작년보다 짧은 심사 기간도 법정시한 내 처리를 어렵게 한 요인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올해 예산안을 상정한 시점은 11월 6일로 지난해(10월 26일)보다 열흘가량 늦었다.
장기간의 추석 연휴(9월 30일~9일)가 잡히면서 정기국회 일정이 꼬인 측면이 있었다.
여당은 예산 심사 전 국정감사를 추석 연휴 전에 잡자고 했지만,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12일 시작된 국감은 10월 말까지 이어졌고, 이후 국회는 예산 심사에 들어갔다.
올해 국회는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 불발에 더해 작년 결산 '늑장 처리'의 오명도 떠안아야 한다.
국회법에 따라 결산안 처리는 정기국회 시작(9월 1일) 전에 끝내야 하지만 공무원 증원에 따른 연금 등 추계자료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오는 8일을 넘겨 결산안을 처리하면 2004년(12월 8일)의 역대 꼴찌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결산안이 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 전에 처리되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며 "예산을 처리하고 나서 결산을 처리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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