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임종기 환자'에 한정…연명의료 조장 우려"
학술대회서 전문가 지적…"현대의학서 '말기진단' 가능한지도 의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임종을 앞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 결정법(존엄사법)의 세부적인 기준이 부족해 혼란이 우려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박미연 창동노인복지센터 대표는 2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문과대학에서 열린 제7회 한국싸나톨로지(사망학) 학술대회에서 '존엄한 죽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대표는 "연명의료 결정법이 '임종기 환자만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종기가 아닌 때는 연명의료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임종기가 아닌 때 연명의료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이로 인해 오히려 연명의료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현대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는 경우가 있어 말기진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용이한지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 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학적 시술을 거부할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같은 해 2월 4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연명의료 결정법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고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연명의료 결정법은 환자에게 정확한 상태를 고지할 의사의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환자는 자신이 앓는 질병의 상태와 예후, 자신에게 시행될 의료행위 종류를 분명히 알아야 (연명의료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명의료 결정법은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은 (질환) 말기에 환자의 요청에 의사가 적극적 참여해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의사가 고지하는 것이 전제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요청하는 형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밖에도 박 대표는 유교문화 정서에 익숙한 노인들이 자신을 자녀에게 부담을 안기는 존재로 생각해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자아존중감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 자기결정이 아니라 다분히 의무, 책임, 수치, 죄책감에서 비롯된 타율화된 자기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와 한국싸나톨로지학회 주최로 '인륜성 진화와 성숙을 위한 싸나톨로지'라는 주제로 3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생에 끝간데에서의 선택: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능성은'과 '죽어감과 임종: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 등 총 7가지 주제로 바람직한 연명의료 중단법 시행과 임종교육 방향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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