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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日 방해공작 물리친 美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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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日 방해공작 물리친 美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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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日 방해공작 물리친 美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서울=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집요한 방해를 물리치고 '위안부 기림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 공식 조형물로 승인됐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지난주 시내 한복판인 세인트메리스 스퀘어파크에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를 승인하는 공식 문서에 서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시 의회는 미국 대도시 중엔 최초로 지난 9월 설치된 이 위안부 기림비를 승인한다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는 기림비 설치와 시 의회 결의 채택 과정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공작을 폈지만 실패하자, 아베 신조 총리까지 직접 나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게 시 의회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리 시장은 이를 거부했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귀중히 여기는 당연한 결정이다.



리 시장이 위안부 기림비를 공식으로 승인하자 일본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내 위안부 기림비를 포함해 미국 등지에 '위안부상'을 설치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과 양립하지 않는 만큼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 오사카 시는 한술 더 떴다. 리 시장의 결정에 반발해 1957년에 맺어 올해 60년을 맞이한 샌프란시스코와의 자매결연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시장은 "매우 유감이다. 신뢰관계는 소멸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오사카 시는 연내에 자매결연 취소 절차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한다. 졸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의 시바 요코 공동대표는 25일 저녁 도쿄 집회에서 "세계에 인권에 대한 일본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권 후진국을 향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식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일본 정부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위안부 기림비가 샌프란시스코 시에 들어선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일본 정부와 로비 단체 등이 온갖 방해공작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초 기림비 건립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중심의 위안부 정의연대(CWJC)가 주도했고 한인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2015년 9월 샌프란시스코 시 의회가 위안부 기림비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 그 첫 번째 성과였다. 당시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이 큰 역할을 했다. 그 후 2년여 모금운동과 디자인 공모, 작품 제작 등을 거쳤다. 기림비는 세 명의 한국·중국·필리핀 소녀가 손잡고 둘러서 있고, 이를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유명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가 '여성 강인함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었다. 동판에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여성과 소녀 수십만 명이 일본군에 의해 이른바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을 당했다"는 글귀가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기림비 건립을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여론화를 막으려는 아베 정부의 움직임은 필사적이다. 돈을 무기로 삼아 로비하거나 국제기구를 압박하는 품격 잃은 행동도 개의치 않는다. 한국과 중국,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록물은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일본 정부가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해 끝내 등재를 저지했다.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르면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일본 정부는 압박이 성공을 거두자, 지급을 보류해왔던 유네스코 분담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낯뜨거운 행태다. 언제까지 이런 저급한 방식으로 진실을 감출 수 있다고 여기는지 안쓰러울 뿐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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