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번엔 제약 굴기…생명공학산업에 뭉칫돈 몰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중국이 해외와 국내의 밀려드는 투자를 바탕으로 생명공학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제약업체들은 해외 벤처 투자와 기업공개(IPO), 다국적 제약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올해에만 100억 달러(10조9천억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복제약 공급자로 주로 인식됐던 중국은 전 세계 신약개발 기여도가 4%에 불과해 그간 제약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해외 신생기업에 재직했던 과학자들이 대거 국내로 복귀하고, 국내 제약사들도 연구개발(R&D)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면서 걸음마 단계였던 중국 생명공학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켄지에 따르면 올해에만 신약 800개가 중국에서 개발 중이다. 지난 2012년 240개와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물론 중국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이 대부분 초기 단계라 상용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이 제약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일례로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바이오기업 베이진(BeiGene)은 지난 9월 개발 중인 항암제의 해외판매권을 미국 대표 바이오기업인 셀진(Celgene)에 2억6천300만 달러(2천900억원)에 넘겼다.
베이진은 이 계약을 통해 향후 단계별로 총 9억8천만 달러(1조640억원)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해외 라이선스 계약 중 최대규모다.
차이-메드(Chi-Med)라는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도 올해 런던 증시에서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니카와 함께 개발한 암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장암 치료제 역시 임상 3상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가 지난 6월 홍콩 증시에 상장해 5억8천600만 달러(6천400억원)를 조달하는 등 중국 제약기업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기업공개를 통해 총 28억 달러(3조400억원)를 끌어모았다.
마크 알리스 셀진 CEO는 중국 제약시장에 대해 아주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며 "중국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다국적 제약사들은 어디로 진출해야 되는지에 대한 편견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약사들이 해외로의 공격적 확장에 나서는 동안 중국 국내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어 전망은 더욱 밝다.
현재 중국에선 매년 430만 명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고 있고,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지난 2015년 임상시험 기간을 기존 39개월에서 22개월로 단축하는 등 제약업계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결과 이런 투자붐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중국 신생기업 아스클레티스 CEO인 진지 우는 "더 많은 벤처 자본들이 중국 생명공학 산업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많은 현지 펀드들도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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