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이젠 제조업 시대…'식물공장' 개발기업 각광
기존 농지와 물의 1%로 재배 가능, 생육속도 2-5배
미 스타트업 플렌티, 단숨에 2억달러 조달 성공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식물공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기업 '플렌티'가 일본 소트프뱅크그룹 등으로부터 단숨에 2억 달러(약 2천173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조달하는데 성공해 이 회사의 사업이 일약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마이크로센서,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야채와 과일 등을 재배하는 '식물공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야외 농지든 하우스안에서의 농업이든 근대농업은 제조업"이라는게 공동창업자로 플렌티 최고경영책임자(CEO)인 맷 버나드의 지론이다. 그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현장 취재에 "농업경영이 어려운 이유의 하나는 제조업인데도 제조업 처럼 컨트롤하지 않고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플렌티는 컨트롤 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농업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현지에서 생산한 야채와 과일을 공급하겠다".
식물공장은 연중 작물생산이 가능한데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종전의 농법에 비해 훨씬 작은 공간에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농업의 의미 자체를 크게 바꿔 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 남쪽에 있는 플렌티 본사에 설치된 시험시설에는 LED로 조명되는 높이 약 6m의 기둥처럼 생긴 재배장치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잎 채소와 허브 등을 식재한 재배장치는 마치 야채로 만든 벽 처럼 보인다. 시설내에 설치한 카메라와 센서가 정보를 수집·분석해 LED 조명의 빛의 강도와 파장, 온도, 습도 등을 각각의 작물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 줌으로써 영양분이 높고 맛이 강한 야채나 과일을 단기간에 생육할 수 있다. 생육속도가 종전 농법의 2-5배라고 한다.
골파(chive, 차이브)와 박하, 상추 등의 맛을 보았더니 허브 종류는 향기와 맛이 매우 강해 먹고 난 후에도 혀에 맛이 한동안 남을 정도였다. 상추는 아삭아삭 식감이 좋고 맛도 진했다. 시판중인 야채의 맛과 향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경쟁기업의 실내농업 재배장치는 작물을 기르는 트레이를 선반 처럼 쌓아 올린 곳이 많지만 플렐티의 장치는 수직형으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도록 돼 있다. 적은 양의 물로 재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열기가 후끈하지도 않고 전기사용량도 억제할 수 있다.
기존 농업과 비교할 때 물과 토지 모두 1%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게다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유기농이다. 생산량은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규모의 기존 농지에 비해 150-350배라고 버나드 CEO는 설명했다.
도시 근교에 공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트럭 등을 이용한 운송에 수반되는 물류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운송비는 소매점에 진열되는 농산물 가격의 30-4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공장운영에는 광열비가 들지만 절감한 물류비 범위내에서 광열비 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소매점포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작물과 같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야채와 과일을 일반 소비자들이 저항감 없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버나드 CEO는 "젊은 세대는 영양가가 높고 건강에 좋은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먹어보면 알겠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아서 판매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500여개에 이르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 모두에 플렌티 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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