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항 지진 1주일…"대피소도 수용 자격 따지나" 볼멘소리
이재민 "작은 여진에도 덜컹거리는 차 안에 있는 기분"…지쳐가는 기색 역력
"하룻밤도 깊이 자본적 없어…제대로 못 자는 것이 제일 괴롭다"
(포항=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지진 발생 1주일째인 21일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포항시가 프라이버시 침해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텐트를 설치한 뒤 이재민 대피소로 다시 문을 연 이 체육관에는 일부 지진 피해 주민과 행정 공무원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은 대피소이지만 원한다고 모두 수용이 허용되지는 않은 상황. 실내체육관으로 옮기고 싶지만 자격이 안 되는 이재민은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포항시는 지진 직후 운영한 실내체육관이 칸막이 부재 등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지적이 나오자 지난 19일 이곳에 있던 이재민 800여명을 흥해공고와 남산초 강당으로 분산 수용하고 재정비했다.
바닥을 새로 깔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텐트 250여개를 설치하고 청소와 방역작업도 벌였다.
하지만 텐트를 치면서 이곳에 수용할 수 있는 이재민 수는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시가 흥해공고와 남산초 강당 등 4곳에 분산 수용된 이재민을 대상으로 실내체육관 입주 희망 조사를 한 결과 320가구가 수용 신청을 해 벌써 희망자가 초과한 상태다.
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쇄된 대성아파트 주민 중 실내체육관 입주를 희망한 75가구를 이날 우선 옮기도록 했다.
나머지 이재민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검토한 기준에 따라 옮겨갈 대상자를 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일부 이재민은 대피소를 가는 데도 경쟁해야 한다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산초 근처 집이 부서져 흥해공고 강당에서 머무는 한 60대 여성은 "여기는 춥고 소란스럽다"며 "거기로 가고 싶다고 해도 갈 수 있어야지 말이지"라고 말했다.
대성아파트 주민 마음은 더 착잡하다.
이날 실내체육관으로 옮긴 70대 부부는 "아파트가 폐쇄돼버려 집안이 어떻게 돼 있는지조차 모른다.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대피소 생활은 내집이 아니니 어디나 불편하긴 매한가지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실내체육관은 살집이 폐쇄되거나 장기적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가구를 우선으로 선별하고 있으므로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는 이재민에게 제공할 집으로 LH 임대 아파트 외에도 임대 주택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LH가 제공한 160채에 대해서는 현재 입주민을 선별하는 중이어서 이르면 오는 22일께 이재민이 입주할 계획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재민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더 역력하다.
지진 후 줄곧 대피소 생활을 해온 70대 남성은 "작은 여진이 나도 몹시 덜컹거리는 차 안에 있는 기분이다"며 "칸막이가 없어 사람들이 매트 사이로 늘 왔다 갔다 하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주부 이모 (55·여)씨는 "최소한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니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하룻밤도 깊이 자본 일이 없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일이 제일 괴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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