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의 역설] 편의점 "인건비 부담…야간영업 안하게 해주세요"
'사람 줄이고 점주가 종일 일 해야'…근로자 감소로 근로여건 악화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김은경 기자 = "버는 것보다 인건비가 더 많이 나가니 결국 사람을 줄이고 제가 종일 일하는 수밖에 없죠."
최저임금 16.4% 인상이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19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점주들은 인건비 등의 부담이 큰 야간영업을 하지 않기 위해 각자 본사와 협의 중이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야간영업을 하면 인건비가 평균 300만원 가량 나오지만, 그 정도의 수입은 내지 못한다"며 "현재 밤에 7시간 정도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업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혹은 오전 1시부터 8시까지, 또는 11시부터 6시까지 등 여러 가지 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본사에서는 고객 불만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계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심야영업 시간을 7시간으로 늘리고 영업 손실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는데 본사 반대가 심하면 6시간으로라도 일단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했다"며 "법 개정 추이를 보며 좀 더 적극적으로 야간영업 여부를 가맹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편의점 심야영업시간 기준은 오전 1시부터 6시다. 편의점주는 6개월간 해당 시간대에 영업 손실이 날 경우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본사는 본사가 직접 매장을 빌려 점주에게 위탁하는 점포들이 있는 만큼 영업을 오래 할수록 유리해 야간영업을 하지 않는 매장에는 전기료 등 보조금을 삭감하기도 한다.
계 회장은 "최근 GS25가 상생안에서 심야 시간 운영점포에 전기료 350억원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본사가 심야영업을 얼마나 원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하지만 새벽 알바는 구하기 힘들고, 인건비가 늘면 결국 점주가 야간에 일할 수밖에 없으니 점주가 조금이라도 쉬려면 7시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장들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 한 가스충전소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직원을 한 명 줄이겠다는 얘기를 사장에게서 들었다.
현재도 직원 3명이 24시간 3교대를 하고 있지만, 직원을 2명으로 줄이는 대신 심야 시간대는 셀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청소나 세차 등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아예 다 자르진 못하고 한 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아예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교대 근무라 근무 시간이 겹치지는 않지만, 3명이 나눠 하는 것이나 다름없던 청소나 사무 업무 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가끔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서로 바꿔주기도 했는데 그나마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유소 업계는 이런 현상이 전국 주유소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내년에 1천여 개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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