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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 시민들 길거리·운동장·체육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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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 시민들 길거리·운동장·체육관으로

1년 전 악몽 떠올라 '패닉' 상태서 집 나와 배회…편의점·김밥집 장사진

포항시 예비비 투입·구호매트 2천개 확보…해병대 천막·야전침대 지원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지진 또 올까 무서워 집에도 못 갑니다."

15일 오후 규모 5.4의 강진이 들이닥친 경북 포항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포항의 모든 건물이 요동치면서 곳곳이 금이 가고 깨졌고 대낮 여유로움을 즐기던 시민들은 한순간 공포에 빠져들었다.

강진 이후 계속된 수십 차례 여진에 겁을 먹은 대부분 시민은 밤이 됐는데도 집에 들어가는 걸 포기한 상태다.

진앙 깊이가 9㎞로 1년 전 경주 지진 때보다 얕아 또다시 지진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좀 더 안전한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몰리고 있다.

흥해체육관에는 지진으로 일부 건물이 기운 대성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대피했다. 인근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대도중과 항도초등학교에도 주민 300여명이 대피해 있고 한동대, 선린대 기숙사에 있던 학생 300여명도 인근 기쁨의 교회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피했다.

오후에는 북구 용흥동 10여개 학교에 주민 200여명이 몰려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흩어지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 집에 가지 못하는 시민들은 가족이나 친지 등과 함께 식당과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고 길에서 배회하고 있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는 시민들이 김밥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시민 이상호(40)씨는 "포항은 1년 전 경주 지진 때도 크게 흔들린 경험을 했다"며 "특히 어린 애들과 학생들이 1년 전을 떠올리며 너무 무서워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안심시킨 뒤 가족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있다.

주부 장정숙(38)씨는 "혼자 아파트 15층 집에 있는 데 엄청나게 흔들려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1년 전보다 더 흔들린 것 같아 정신없이 밖으로 나왔는데 집으로 들어갈 용기가 없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예비비 2억9천만원을 편성해 읍·면·동 별로 긴급 지원했다. 이재민을 위해 구호매트 2천 개를 확보했다.

해병대 1사단도 대형천막 25개와 야전침대 500개, 모포 500장을 지원해 주민 불편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포항은 이번 지진으로 오후 9시 현재 북구 흥해읍에서 70대 할머니가 무너진 담에 깔려 중상을 입는 등 지금까지 50명이 부상했다.

건물 27곳도 금이 가거나 일부 부서졌는데 갈수록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sh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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