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사고원인 뭘까…드론·3D스캐너 동원해 현장조사(종합)
경찰·도로교통공단 사고 지점서 합동 조사…사고 상황 정밀 재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고(故) 김주혁씨의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해 원인을 찾기 위한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의 합동 현장조사가 15일 진행됐다.
도로교통공단 사고조사 담당 직원 10여명은 서울 강남경찰서의 지원을 받아 이날 오전 11시부터 사고 지점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앞 현장을 꼼꼼히 관찰했다.
이들은 김씨의 벤츠 SUV '지바겐'이 그랜저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내고서 갑자기 돌진해 인도로 올라갈 때 턱과 부딪힌 지점과 턱이 깨진 모습 등을 촬영하고, 흰색 스프레이 페인트(래커)로 표시했다.
이어 지바겐이 인도로 올라서 아파트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전까지 바닥에 남긴 타이어 자국을 세밀히 살폈다. 이 역시 바퀴별로 구분해 래커를 칠했다.
황색 삼각대 위에 올려진 광파측정기(레이저를 쏘아 되돌아온 시간을 재서 거리를 측정하는 기기)를 통해 김씨 차량이 충돌했던 지점 간의 거리도 정밀하게 실측했다.
이날 현장조사에서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장비는 3차원(3D) 스캐너와 드론이었다.
3D 스캐너를 이용하면 도로 상황과 노면 표시, 도로경사도 등을 측정해 사고 지점을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도로 구조와 노면 흔적을 3차원 데이터로 만든 뒤 지바겐과 그랜저의 속도와 주행 과정 등을 적용해 이를 시뮬레이션화하면 사고 현장이 프로그램 속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공단은 지바겐이 보관된 곳에서 차량 데이터도 추가로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적용, 차량의 이동 현황과 충격으로 인한 변화를 확인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차량과 충돌대상의 모양과 높이, 크키 등에 따라 충돌했을 때의 반응이나 변화양상이 다르므로 이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차량 등 여러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 영상과 결합하면 사고 당시 상황을 상당 부분 실제와 가깝게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구간 차량 통행을 통제한 채 드론도 띄웠다. 하늘에서 사고 현장을 조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이어붙이면 사고 현장 평면도도 완성된다.
공단은 이날 현장조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필요시 추가 현장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어 얻은 정보를 이용해 교통사고 분석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분석 결과는 다음 달 중순에 나올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김씨 시신 부검 결과 김씨가 사고 당시 음주나 약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공단의 분석 결과를 통해 사고 경위 등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국과수는 조직검사 결과 미량의 항히스타민제 이외에 음주·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전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항히스타민제가 0.7㎎ 이상 검출됐다면 이상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으나 김씨의 경우 0.0007㎎ 수준이었다"며 "국과수는 김씨가 항히스타민제를 포함한 약을 3∼4일 전에 먹은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김씨의 차량에 결함이 있었는지 정밀 감정도 진행 중이다. 감정 결과는 약 1달 뒤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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