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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의 '미중일러 줄타기'…"경제·안보 실리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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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의 '미중일러 줄타기'…"경제·안보 실리 우선"

美 트럼프와 관계개선 본격화 '공감'…인권 뒤로 놓고 방위협력 복원

中과 남중국해 '우호전선', 경제협력 확대…日과 대북공조·원조수혈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외교술이 필리핀에서 13∼14일 펼쳐진 다자 외교무대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작년 6월 말 취임과 함께 기존 친미일변도의 외교노선을 던져버린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지정학적 위치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를 이용, 실리를 챙기는 행보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13일 양자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을 본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우호를 과시했고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유린 논란에 대해 우려나 비판도 하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의 중요한 동맹"이라고 화답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정상회담 이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1951년 맺은 상호방위조약과 2014년 체결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지속적인 방위협력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반복하고 군사화를 포함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의 자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중 EDCA는 미국에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유혈소탕전을 문제 삼자 미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EDCA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군사훈련을 대테러 대응과 구조·구난 훈련으로 전환하고 횟수도 축소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입지가 좁아졌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중국 봉쇄 의도라는 분석을 낳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핀을 미국의 우군으로 다시 끌어들이려고 인권 문제에 눈감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필리핀 일정을 마치며 "이전 미 행정부와 필리핀의 관계는 끔찍했다"며 교역보다는 군사적 이유를 들어 필리핀과의 관계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으로서도 미국의 방관이나 묵인 속에 마약과의 전쟁 명분을 쌓으면서 자국에서 활개 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 소탕에 미국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뒤로 미뤄놓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 미국을 중국 견제 카드로 쓰는 길도 확보한 셈이다.

필리핀의 정치 전문가인 리처드 헤이다리안 데라살레대 교수는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생긴 긴장과 손상은 어느 정도 치유됐다"며 "양국 관계가 본질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세안 의장으로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이슈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중국과 아세안은 13일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등 영유권 분쟁 악화 방지를 막기 위한 행동준칙(COC)에 제정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태도를 높게 평가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트남 다낭에서 1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두테르테 대통령을 별도로 만나 양국 우호를 강조하며 고위급 교류 증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등을 주문했다. 필리핀 빈곤 해소와 국가 안보를 위한 지원 의사도 밝혔다.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에 대북 공조에 공을 들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의장성명에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담을 것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말 일본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대북 압박 강화에 협조를 당부했다. 당시 양국은 일본이 필리핀 마닐라의 교통 체증 완화를 위한 지하철 건설 사업 등에 약 1천억 엔(약 9천85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계약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두테르테 대통령은 13일 양국 교역의 확대와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에 이르고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필리핀의 테러 소탕전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계속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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