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연루 북한인 아직 말레이 있을수도" 경찰 증언
인니 여성 포섭 北남성 행적 불분명…실제 체류 가능성은 희박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연루된 북한인 중 한 명이 아직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4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전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가 이같이 진술했다고 전했다.
완 아지룰은 피고인측 변호인이 진행한 반대신문에서 북한인 리지우(일명 제임스·30)의 출국 여부가 불명확하다면서 말레이시아에 있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지우의 동선과 입출국 기록 등을 묻는 말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며 줄곧 답변을 피했다.
리지우는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5·여)를 올해 초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포섭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 시티 아이샤의 휴대전화에서는 쿠알라룸푸르시티센터(KLCC)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찍은 리지우의 사진 두 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아 숨진 지 6일만인 지난 2월 19일 이미 리지우의 얼굴과 신원 등을 공개하고 행방을 찾아왔다.
이에 리지우는 치외법권인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3월 말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등 다른 사건 연루자의 출국이 허용됐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다만, 리지우가 실제로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출입국 기록이 확인되지 않을 뿐 이미 국외로 도주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기소장에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29·여)이 도주한 공범 4명과 김정남을 살해할 공동의 의사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기재했다.
도주한 공범은 북한인 리재남(57)과 홍송학(34), 리지현(33), 오종길(54)로 확인됐으며, 리지우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들은 올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의 손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주고 김정남 공격을 지시한 뒤 곧장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에 남았다가 잇따라 체포된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용의자의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을 돌려받기 위해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인물인 리지우를 출국시켰다면서 "이는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14일 오전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17일차 공판을 진행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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