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옥' 김혜수 "액션 연기 적응되니 춤추는 기분이었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착각이죠, 착각."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같은 수식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의지는 떨어지지만 체력으로 버틴다"며 "좋게 얘기해서 카리스마지, 가만히 앉아서 카리스마 내뿜을 필요가 뭐 있냐"라고 했다.
그러나 8일 개봉하는 영화 '미옥'은 30년 넘는 연기 인생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축된 그의 카리스마에 빚지고 있다. 김혜수는 범죄조직의 2인자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은퇴를 준비하는 나현정 역을 맡았다. 조직의 해결사이자 나현정을 사랑하는 임상훈(이선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비리 검사 최대식(이희준) 등 인물들 구도의 한가운데 나현정이 있다.
'미옥'은 보기 드물게 여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누아르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김혜수는 '차이나타운'(2014)에서 보여준 범죄조직 '대모'의 카리스마에 액션을 보탰다. 10㎏ 가까운 무게의 장총을 겨누고, 대형버스를 몰며, 전기드릴과 단도를 휘두른다. 본격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다.
"원래 액션 싫어하거든요, 다칠까 봐. 처음인데 다치면 연기할 때 위축될 수 있잖아요. 그걸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어요. 너무 몸에 힘을 주다 보니까 다음날 근육통이 심하게 왔어요. 버스 액션 장면 찍을 때는 물리치료하시는 분이 현장에 오셨어요. 아픈 몸 이끌고 하다 보면 몸이 풀리고 그랬죠. 나중에는 적응돼서 막 날아갈 것 같고, 춤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하하.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영화 속 나현정은 오른쪽 옆머리를 반삭발하고 반대쪽은 턱까지 길렀다. 강렬하고 차가운 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촬영하는 3주 동안 몇 차례나 탈색을 하느라 두피와 얼굴 가장자리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영화에서 자세히 보시면 머리가 다 끊어져 있어요. 두피가 무지하게 손상된다던데 저는 괜찮았어요. 그런 것도 배우라서 해보는 거죠."
김혜수는 "밀도 있는 얘기를 하면서 쓸쓸한 여운이 있지만 전부 발산하지는 않는다"며 누아르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하는 누아르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개봉을 앞두고 관람 포인트가 '여성 원톱 누아르'로 집중돼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관객의 바람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김혜수여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이런 영화를 보고 싶어 했고 응원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걸 진심으로 느꼈어요. 거기에 부응하는 일을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해야 하잖아요. 정말 제대로,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배우들의 가능성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죠. 계속 누군가가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미옥'에서 나현정의 모성애가 강렬히 그려지는 데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모성애는 나현정이 조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김혜수는 "실제로 아이를 키우지도 않았고 아이와 관계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 아이 때문에 갑자기 모든 일을 버릴 것 같지 않았다.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차갑고 시크하게 처리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 이선균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임상훈이 가장 어려웠어요. 감정표현이 분화구 같은 느낌이랄까요. 임상훈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거든요. 쉽지 않겠다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임상훈이 제일 잘한 것 같아요."
최근 국내외 영화계는 각종 성추문으로 몸살 중이다. 충무로에서 30년 경력을 쌓은 여배우가 보기엔 어떨까. 그는 "과도기이지만,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비난하고 분노만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옥' 촬영 중 찰진 욕설 연기를 할 때 일화에서 자매애가 묻어났다.
"현장에 여자 스태프들 많잖아요.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여성들이 그런 표현을 많이 못 하고 살아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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