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순방 앞두고 美中 신경전…군사행동에 '맞경고'
美 "괌 공습훈련 말라" vs 中 "전략자산 전개 자제하라"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의 군사행동에 대해 서로 경고를 날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령인 괌 인근에서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공습훈련을 벌이는 데 대해 미국이 강력한 경고를 날리자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한반도에 출격한 것을 지적하며 한반도에 전략자산 전개를 자제하라고 응수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순방과 관련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의 전략폭격기가 미국령인 괌 공습훈련을 벌이는 데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중국군 전략폭격기 'H-6K'가 사정거리 1천600㎞의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을 장착하고 괌 주변 미국 방공식별구역(AIDZ)을 비행하는 등 중국의 도발 행동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 순방에 앞서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선제' 공격에 중국도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를 거론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군의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에 출격하고 미군의 3개 핵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 부근 해역에 몰려들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이슈와 관련한 미국의 경고에 한반도 이슈를 꺼내 들면서 '장군멍군식' 대응에 나섰다.
미중간에는 안보, 무역 등 양자문제와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국제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하는 8일까지는 이런 신경전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아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하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목표로 세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관계를 '신형 대국관계'로 재정립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대접해 달라는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이 대만, 남중국해 등 동아시아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도 이날 1면 논평에서 "현재 중국 특색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접어들었고 전면적으로 중국 특색 대국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자신감과 저력이 있으며 여유 있게 미국과 교류할 자신이 있다"고 언급하며 신형 대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미중 사이에는 여러 현안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이슈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 역시 이런 신경전에서 하나의 카드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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