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위 첫 권고…중요수사 단계마다 견제·변호인 도움 강화(종합)
전문가로 꾸린 수사심의위 도입할 듯…"변호인, 피의자 옆에서 조언"
"검찰총장, 과거사 피해자에 조속히 사과해야"…'대면 사과' 포함 방식 논의
(서울=연합뉴스) 안희 임순현 기자 = 검찰이 사회적 이목이 쏠린 중요 사건을 수사하는 단계마다 외부 전문가의 견제를 받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수사를 받는 피의자를 돕는 변호인의 권한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검찰의 자체개혁을 위해 지난달 출범한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가 내놓은 첫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잘못된 법 집행을 겪은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검찰총장의 조속한 공식 사과도 권고했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발족한 이후 5차례의 회의를 거쳐 이날까지 두 가지 권고안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위원회는 우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칭) 도입을 권고했다.
검찰권을 행사하는 의사결정 단계마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골자다. 수사를 개시·진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재청구하거나 기소할 때, 항소 및 상고를 할 때 검찰수사심의위의 견제를 받는다는 구상이다.
권고안에는 수사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검찰총장이 존중·수용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단순한 외부 의견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의 기속력(구속력)'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다만 대상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일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려 있어 검찰의 자체 결정만으로는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부를 우려가 있는 사건으로 제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검찰수사심의위는 수사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현안위원회'를, 수사가 끝난 사건 중 검찰총장이 심의를 요청한 사건에 대해서는 '점검위원회'를 각각 구성한다.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 구성을 위해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 100명 이상의 전문가로 '위원회 풀'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고안에는 변호인의 조력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간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은 검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입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고 조사실에서도 자유롭게 피의자에게 조언하기가 쉽지 않았다. 진술 증거를 수집하는 검사의 신문을 고의로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검찰 신문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할 경우, 기존에는 피의자 뒤에 앉아있던 변호인이 따로 접견신청을 내고 신문실 밖에서 접견하는 방식으로 조언해야 했다.
권고안은 피의자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검사의 승인 없이도 피의자에게 조언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인의 신문참여신청서 양식에서도 검사의 '허가·불허'란 을 삭제하고 기타 기재사항을 간소화하도록 했다.
통상 피의자 뒷자리에 앉던 변호인이 옆자리에 앉아 조언할 수 있으며 변호인과 피의자가 수사받는 내용을 간략하게 손으로 메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검찰은 구금된 피의자의 신문 일시나 장소를 변호인에게 사전 통지하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도 변호인에게 즉시 알려주도록 하라고 권고안은 강조했다.
검찰개혁위는 또 과거 시국사건을 비롯해 부당한 법 집행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나 유족에 대해 검찰총장이 조속히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과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검찰총장이 직접 피해 당사자를 만나 사과하는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이 논의될 예정이다.
검찰은 자체적으로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도 나선 상태다.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과 '태영호 납북 사건', '문인간첩단 사건' 등 과거 시국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175명의 재심을 최근 직권으로 법원에 청구했다.
개혁위는 진상규명에 실효성과 속도를 더하기 위해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개혁위는 법조계 원로와 교수·재야 변호사 등 외부 인사가 대거 참여해 지난달 19일 발족했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 5차례 회의에서 수렴된 의견에 따른 것이며 이날 6차 회의를 이어간다.
앞으로도 개혁위는 인사제도 개선을 비롯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계속하면서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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