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회식은 한편의 공연…'굴렁쇠 소년' 넘는 감동"
평창올림픽 D-100…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 "모든 구상 끝났다"
"무대 지하서 등장하는 출연진·하늘엔 역대 최다 드론……눈 못뗄것"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행사 전용 시설에서 열립니다. 오각형 모양의 전용 시설에서 역대 올림픽 개·폐막식과 다른 장면들이 연출될 겁니다. 메가 이벤트라기보다는 한 편의 공연처럼 펼쳐낼 계획입니다."
수억 명의 눈이 쏠리는 올림픽 개회식은 개최지의 역사와 문화 역량을 뽐내는 자리이자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현장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화 '007시리즈'의 주연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와 함께 올림픽 주경기장 위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던 2012년 런던올림픽,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나침반·한자·종이·인쇄술 등 중국의 문명을 화려하게 자랑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있는 브라질답게 환경 보호 메시지를 강조하며 색다른 감동을 안겼다.
내년 2월 9일 열리는 개회식을 100여일 앞두고 최근 서울 동대문구 개·폐회식 사무국에서 만난 송승환(60) 총감독은 "한국의 전통부터 컨템포러리(현대)까지를 과감히 보여줄 것"이라며 "세계 시민들이 절대 채널을 돌리지 못할 흥미로운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개·폐막식 전반에 대한 송 총감독과의 일문일답. 송 감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스포일러 금지 조항 때문에 세부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나도 얼른 보여주고 싶다"고 웃었다.
-- 수척해진 것 같다. 요즘 일과가 어떤가.
▲ 올림픽 개·폐회식에 '올인'하고 있다. 아침 회의는 빠르면 오전 9시, 늦으면 오전 10시에 열린다. 끝나는 시간은 따로 없다. 새벽 2~3시에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뿐만이 아니라 각 분야 감독 20여명, 제작진 50여명이 모두 행사 준비에 밤낮없이 매달리고 있다.
-- 개·폐회식 준비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 연출안 구성은 다 마친 상태다. 이를 토대로 무대와 도구, 의상 등을 제작하는 단계에 있다. 11월부터는 파트별로 리허설에 들어간다. 12월에는 행사장 실제 크기와 비슷한 연습장을 빌려 종합 리허설을 하고, 내년 1월에는 현장 리허설을 하게 된다.
-- 출연자 캐스팅도 이미 완료됐나. 어떤 기준으로 주요 출연진을 선정했는지.
▲ 캐스팅도 거의 정리됐다. 세계인이 즐기는 행사인 만큼 글로벌한 인지도를 지닌 분들이 다양하게 출연할 것이다. 헤드라이너(간판급 출연자)를 제외해도 각 장면 컨셉에 잘 부합되는 인사들로 잘 캐스팅했다고 생각한다.
-- 여전히 개회식이라고 하면 1988년 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인상 깊은 장면이 이번에도 나올 수 있을까.
▲ '굴렁쇠 소년'은 지금 봐도 굉장히 잘 만든 장면이다. 수백명, 수천명이 출연하는 이벤트에서 모두가 사라지고 갑자기 한 사람이 등장하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임팩트가 강했다.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에도 그에 못지않은, 그 이상의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평가야 나중에 보시는 분들에게 달렸다.
-- 개회식은 한 나라의 역사와 철학, 문화 등 전반적인 윤곽을 모두 보여주게 된다. 어떤 대한민국을 보여주게 되나.
▲ 한국은 전통뿐 아니라 컨템포러리도 과감하게 보여줄 것이다. 케이팝, 현대무용, 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부분에서 새로운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역대 어떤 이벤트에서도 보지 못한 가장 많은 수의 드론이 등장하는 장면도 있다.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모습 등을 강조하려 한다. 그러나 세계인들에게 보낼 메시지는 결국 '평화'다. 분단과 전쟁을 거친 나라가 독창적으로 발전한 모습, 세계인들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이야기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것이다.
-- 오각형 모양의 개·폐회식 전용 시설이 행사 내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나.
▲ 그렇다. 축구장 같은 형태의 직사각형 경기장이 아니라 개·폐회식만을 위한 오각형 구조의 시설이 새로 지어진 점이 가장 독특하다. 이와 함께 또 하나 부탁한 게 무대 지하를 파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8m, 24m 지름의 리프트 두 대를 설치했다. 역대 개·폐회식을 보면 수백명이 달려 나오고, 다음 장면을 위해 달려나간다. 이번엔 리프트를 통해 출연진이 순식간에 등장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만의 역동성을 잘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
-- 역시 하이라이트는 성화와 오륜 장면일 것 같다.
▲ 가장 많이 고민을 한 장면들이다. 성화는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시간의 연관성도 강조할 것이다. 오륜 장면은 야외 시설 특성을 살려 자연과의 조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펼쳐질 것이다.
--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 예산과 날씨다. 개·폐회식 시설이 지붕이 없는 완전 개방형이다 보니 방한 대책을 여러모로 짜고 있다.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담요와 핫팩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연출진도 선수들이 입장하는 40~50분 동안 관객들이 함께 일어나 춤을 추고, 간단한 타악기를 두드리며 추위를 잊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눈·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2안, 3안을 함께 준비 중이다. 530억원가량의 예산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조금 더 지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올림픽 총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되기도 한다. 부담이 클 것 같다.
▲ 지금까지 한 50여편의 공연을 제작했는데, 이번 올림픽 행사만큼 어려웠던 건 없었다. 많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크다. 말도 안 되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도 올림픽이기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다. 내 인생 최대 공연이자,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공연이다. 또한 막상 회의실에 들어가면 다 잊는다. 외부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도 막상 회의실에 들어가면 다 잊는다. 재밌다. '쟁이'는 어쩔 수가 없다.(웃음)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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