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마프로그램 개발해 '떼돈'…75억 챙긴 일당 덜미
인터넷 암시장 '다크넷' 활용…판돈 연간 1억2천억원 달해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불법 사설 경마프로그램을 개발해 유통한 뒤 서버사용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로 총괄 운영자 최모(49)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서버 관리자 이모(3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프로그램을 사들여 사설 경마를 운영한 한모(41)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사설 경마프로그램 '판도라'를 개발한 뒤 해당 서버를 개설하고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한씨 등 사설 경마 운영자 110명으로부터 보증금과 서버 사용료 명목으로 총 75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과거 '리니지 게임' 자동 실행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프로그래머 손모(44)씨를 고용해 판도라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구글이나 네이버 등 검색엔진으로 검색되지 않는 '다크넷'(다크웹)을 활용해 추적을 피해왔다.
다크웹은 IP를 여러 차례 바꾸고 통신 내용을 암호화하는 특수 프로그램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 무기, 아동 음란물, 해킹 툴, 개인정보 등의 매매가 빈번히 이뤄지는 '인터넷 암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씨 등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받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통해 인증해야만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경찰 단속을 피했다.
또 인터넷 속도가 느린 해외에 서버를 두는 대신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6곳을 임차하고서 수시로 옮겨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디도스 공격에 대비하겠다며 국내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매주 1천만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고 프로그램 서버를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등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구매한 사설 경마 운영자들은 평균적으로 회원 20∼50명을 관리하면서 1인당 베팅 금액의 5∼7%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판도라 프로그램을 통한 판돈 규모는 연 1조2천억원대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판도라는 다크웹으로 운영되는 불법 사설 경마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검거 과정에서 서버 129개를 모두 압수했다"라면서 "최씨 일당 중에는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도 포함돼 있어 혹시 이번 범죄에 조직폭력배가 깊이 연루됐는지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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