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동성 잔치' 잊고 '긴축 고통'에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통화 당국의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그렇지 않아도 들썩이던 시중금리가 더 오를 조짐을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신호로 시중금리 오름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일 3년 만기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은 2.088%로 금통위 전날인 18일 수익률(1.935%)보다 0.153% 포인트 올랐다.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도 2.392%로 18일(2.3598%)보다 0.0322% 포인트 뛰었다. 채권 금리와 연동된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일제히 오르는 분위기다. KEB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를 20일 3.740∼4.960%에서 23일 3.827∼5.047%로 0.087% 포인트 올린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5%'대 금리에 진입하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아직 5%에 이르지 못했지만 역시 오름세다. 국민은행은 17∼20일 3.41∼4.61%의 금리를 23∼27일에는 3.52∼4.72%로 0.11% 포인트 인상하고, 신한, 우리, 농협은행도 23일 적용금리를 종전보다 0.05% 포인트 올린다. 채권 금리나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 흐름과 8.2 부동산 대책 등에 따른 '돈줄 죄기'로 지난 19일 금통위 이전부터 오르는 추세였다. 11월 30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지와 무관하게 금리상승이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대외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국도 12월에 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한은은 금융위기 당시 연 5.25%(2008년 8월)였던 금리를 지난해 6월 1.25%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회복을 지원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폭등, 좀비기업 양산 등 적잖은 부작용도 낳았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때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통화 긴축에 들어갔고 우리 통화 당국의 수장도 강력한 금리 인상 메시지를 던진 만큼 시기가 문제일 뿐 금리 인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정부가 24일 발표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도 가계 대출을 줄이는 각종 대책이 담길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긴축의 고통'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모두 금리 인상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1천400조 원이 넘는 빚을 짊어진 가계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줄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변동금리로 장기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고정금리로 갈아타고, 불요불급한 신규 대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기업은 금융비용 상승으로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보다 신중한 투자 결정이 요구된다. 정부는 일시적 자금난을 겪을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되 비정상적인 '저금리'에 기대어 생명을 부지해오던 좀비기업은 과감히 퇴출하는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한계 차주 등 금리 인상에 취약한 가계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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