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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건설 재개] '숙의민주주의 시험대' 공론조사…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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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건설 재개] '숙의민주주의 시험대' 공론조사…평가 엇갈려

"새로운 실험으로 의미 있어…아직 미흡하지만 개선될 것"

"다른 사안에도 공론조사 방식 적용할 수 있을 듯…사안별로 판단해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의 공론 조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숙의민주주의 방식의 의사결정이다.

공론화위는 원전 건설을 이어가야 한다는 원자력계의 주장과 탈핵으로 에너지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3개월의 시간을 두고 대화와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계가 공론화위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환경단체들은 한때 공론화위 보이콧(참여중단)을 논의하기도 하는 등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측 참여를 통해 일단 '공사 재개'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공론화위의 숙의 과정에 대해 '새로운 실험'이라고 환영하기도 했지만, 거꾸로 정부가 아닌 공론화위가 갈등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공론조사' 숙의민주주의 바람직한가

이번 공론조사는 시민 참여단 471명에 대한 여론조사로 공사 재개라는 결론을 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는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모집단을 모으지만, 신고리 원전 공론조사는 미리 참여단을 선정한 뒤 이들에게 원전에 대한 전문 지식과 찬반 입장을 전달한 뒤 숙의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원전에 대한 전문 지식을 충분히 가진 유권자를 상정하고 조사를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와 같은 방식의 공론조사가 지금까지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앞으로 경험을 쌓아가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정보를 충분히 가진 유권자들을 상정하고 만든 정치 시스템"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런 조사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공론조사 자체는 물론이고 참여단 외에 일반 유권자들도 이 과정에서 원전 문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사회적으로 찬반이 갈리는 주제에 공론조사라는 새로운 실험을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공론조사를 '대결의 장'으로 오해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생겼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할 지점으로 들었다.

그러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갈등 사안에 대한 결론을 정부가 아니라 공론화위가 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공론조사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신고리 5·6호기만 가지고 공론조사를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이 2012년에 했던 것처럼 탈핵에 대한 시점을 묻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공론조사 기간이 3개월이었던 데 대해서는 다수가 너무 짧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원자력 이슈는 국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3개월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졸속으로 흐를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1년간 토의·토론을 거친 것과 비교하면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간은 길게 잡을 수도 짧게 잡을 수도 있다"며 "이번 사안은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무한정 길게 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긴박성을 고려해 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 다른 갈등 사안에도 '공론조사' 도입 바람직한가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공론조사를 계기로 앞으로 다른 사회적 갈등 사안에도 공론조사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갈등이 극심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때 그와 같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제도로 공론조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어떤 갈등 사안에 공론조사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규섭 교수는 "이념적인 문제보다는 일반 유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해 좋은 의사결정을 못하는 경우에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처럼 원전에 대한 문제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를 그 사례로 들었다.

한 교수는 다만 공론조사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비밀투표하듯 숨긴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좀 더 충분히 토의·토론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덕진 교수는 공론조사가 국민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인 사안,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대다수 국민이 별다른 관심이 있지 않은 사안이므로 부적절하고, 개헌과 같이 모두의 관심 대상인 사안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순 소장은 "공론조사를 할 것이 있고 여론조사를 할 것이 있고 합의나 다른 시민참여 의사결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 있다"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론조사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교수는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은 여론조사만으로 하기 어려우니 전문가 의견을 더 듣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론조사 결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결과적으로 시민 참여자에 대한 여론조사 형식으로 결론이 나오므로 이를 무조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론조사는 국민의 의견을 물은 것일 뿐 정책 결정의 유일한 도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존중해야 하겠지만 국회에서의 논의와 대통령의 결단 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서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양승함 교수는 "지배적으로 여론이 쏠리면 결과를 당연히 수용해야 하고 정부 결정에 대해서도 국민이 잘 따라주는 것이 좋다"며 "소모적 갈등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com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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