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타고 남미로] ⑤ KOICA 페루 모성건강증진 프로그램 현장 가보니
카야오 거주 자매 임신부 "KOICA 프로그램 큰 도움…한국인 보면 기분 좋아"
(카야오<페루>=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 "꼬레아노, 너무 감사해요."
페루 수도 리마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카야오주(州)에 있는 파차쿠텍보건소가 나타난다.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KOICA가 2014년부터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곳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9일(현지시간)은 마침 이 보건소에서 일하는 KOICA 건강증진팀의 정예슬(27) 씨가 임신부의 집을 직접 찾아가 검진하는 '가정 방문의 날' 일정이 잡혀 있었다.
자매 사이로 각각 임신 7개월과 6개월인 자넷 세바요(26)와 카르멘 세바요(21)는 환한 표정으로 정 씨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동행한 조산사 제니 아르세(33)가 곧바로 자매의 상태를 체크했고 모두 정상 수치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파차쿠텍보건소에 등록된 임신부(올해 340명)를 대상으로 임신 기간 최소 1회 이상 실시한다.
주로 보건소를 방문할 때를 놓치고도 계속 오지 않는 임신부의 집에 영양사, 조산사와 함께 찾아가 혈압과 헤모글로빈 수치, 몸무게 등을 측정하고 그동안 밀린 철분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생활환경을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해 적절한 해결책도 모색하게 된다.
정 씨가 찾아간 자넷과 카르멘 자매는 보건소 인근의 판잣집에 부모님과 온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자넷은 세 번째 임신으로 현재 아이는 하나밖에 없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카르멘은 이번이 첫 번째 임신이라고 했다.
이 지역은 대규모 빈민가로 주민들의 임금 수준이 월평균 700솔(약 30만 원) 정도에 그친다고 정 씨는 귀띔했다.
KOICA는 도시 빈민이 급증하면서 보건지표가 악화한 이곳에서 건강증진 사업을 통해 3년간 1천 명이 넘는 임산부에게 산모수첩을 나눠주고 영양습관 교육을 실시했다.
청소년 6천500명은 음주, 약물·흡연 예방, 성교육과 생식보건, 위생관리 등 각종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 2천 명의 주민이 고혈압 관리 교육을 받았으며 이들의 90% 이상이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언니 자넷은 이 프로그램의 시행 주체가 KOICA라는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전에는 그런 나라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보건소에 다니면서 더욱 잘 알게 됐다. 한국 덕분에 약도 교육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동생 카르멘에게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가족 모두가 KOICA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국인을) 볼 때마다 아주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기분도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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