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타고 남미로] ④ 페루 문화부 국장 "한국 투자 언제든 환영"
"문화유산 정보화 사업 감사…태평양 연안국끼리 도움 주고받아야"
(쿠스코<페루>=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이다. 해발 3천40m에 자리 잡고 있으며,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버스로는 24시간을 달려야 도착한다.
해발 2천400m의 마추픽추는 잉카인들이 태양신을 숭배했다는 점에서 '태양의 도시' 또는 1911년 발견되기 전까지 숲에 묻혀 있어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기에 '잃어버린 도시'로도 불린다. 쿠스코에서 기차로 4시간을 더 가야 한다. 쿠스코와 마추픽추 모두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KOICA가 '페루 국가문화유산 통합등록 및 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펼치는 박물관 5곳 중 한 곳이 쿠스코에 있다.
페루 문화부의 비달 피노 잠브라노 문화재 담당 국장은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페루와 한국이 문화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실무 책임자인 쿠스코 역사박물관의 니노스카 아벤다노 소토 관장이 동석했다.
KOICA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우리는 국익에 기여하는 ODA(공적개발원조)를 추구하는데 페루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는 식의 노골적인 질문은 차마 던지지 못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쿠스코 역사박물관을 소개해 달라.
▲ 최초의 인디오 역사박물관이다. 이곳은 잉카문명이 어떻게 번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유물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쿠스코'는 케추아족(페루 안데스 산지의 원주민)의 말로 '코스코'에서 왔다. 세계의 배꼽, 즉 중심이란 어원을 지닌다.
쿠스코는 잉카제국이 안데스의 모든 지역을 다스리던 시대의 중심지였다. 당시의 통치는 정치는 물론 경제와 종교까지 모두 포함했다. 스페인 침략 이후 해상무역을 중시해 수도를 리마로 옮겼지만 지금도 페루 5대 도시에 속한다. 잉카시대 문명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잉카식과 유럽식 문화가 혼재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 박물관 규모는.
▲ (박물관장) 잉카시대 건축물 관련 문화유산과 정복시대의 역사유물 등 1만 점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연간 1만3천 명 정도가 찾는다.
-- KOICA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 국가 문화유산의 디지털 등록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작업을 한국의 발전된 기술로 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쿠스코의 공·사립 박물관 22곳 중 문화부가 지정한 7곳에서 디지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KOICA가 맡은 곳은 역사박물관 1곳이다.
-- 이 사업을 한국 측에 요청한 이유는.
▲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한국도 태평양 연안국이고 같은 연안국끼리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한국이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한 나라임을 잘 알고 있고, 한국의 최신 기술을 도입해 페루의 문화유산을 더욱 빛나게 할 필요성을 느꼈다. KOICA가 구축하는 플랫폼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인터넷에서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 다른 박물관으로도 확대되나.
▲ 당연히 그렇다. 지금은 파일럿 프로젝트로 경험 및 시험 단계이며 앞으로 다른 박물관에서도 같은 방식의 작업이 진행된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디지털 작업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페루의 지역 통합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에 도움을 추가로 요청할 계획인가.
▲ 향후 일정은 잘 모르겠지만 많은 곳에서 작업을 진행해 지역 주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다. 지역민을 잘 가르쳐 박물관을 제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 많은 한국인이 마추픽추를 보고 싶어 하고 한국 기업들도 페루 시장에 관심이 많다.
▲ 마추픽추는 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마추픽추를 방문할 때 문화유산 등록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미리 정보를 확인하고 온다면 훨씬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투자자가 페루에 진출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환영이다. 투자자가 늘어나면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문화적·사회적 측면의 관계 확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이곳으로 와서 한국의 음식과 문화 등을 가르친다면 페루의 국가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 한국은 5천 년의 역사와 함께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방문한 적 있나.
▲ 아직은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봐야 할 것 같다.
-- 페루의 젊은 층에 K-팝 열풍이 불고 있는데.
▲ 많이 들어봤고 실제로 유행하고 있다. K-팝이 젊은 층 사이에서 가치 있는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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