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명절인사 현수막' 불법광고물 과태료 면제 논란
선거법 위반 아니지만 옥외광고물 관련법 위반
지자체 '우리 구청장·의원들인데 어떻게' 과태료 부과 미온적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박철홍 정회성 기자 = "정치인 명절인사 현수막은 불법 광고물인 만큼 과태료를 당연히 부과해야 할까 아니면 눈감아 줘야 할까"
내년 지방선거를 8개월여 앞둔 지난 추석 명절 연휴, 현직 정치인이나 선거 입지자들이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너도나도 현수막을 내걸면서 광주의 거리는 몸살을 앓았다.
정치인의 사회적 활동을 무조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지난해 나온 덕분에 정치인 명절인사 현수막은 선거법 위반 시비를 피했다.
하지만 정치인 현수막은 엄연한 옥외광고물 관련법 위반이다.
당연히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광주의 5개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해 민간광고물과의 형평성도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18일 광주의 일선 구청에 따르면 명절 연휴가 끝난 지난주까지 관내 5개 구청에서 수거한 정치인 현수막만 1천여장이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과거에도 명절인사를 알리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걸렸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난히 많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광주의 한 구청장은 육교 등 정해진 장소에 3장의 명절인사 현수막만 내걸 계획이었으나 이를 15장으로 늘렸다.
경쟁자가 무수히 많은 현수막을 내걸자 구청장도 선관위 자문까지 거쳐 사비 100여만원을 털어 현수막을 더 걸었다.
광주시장 출마를 노리는 광주의 다른 구청장은 구청예산 200만원까지 투입해 명절인사 현수막을 30장이나 내걸었다.
이처럼 정치인 명절인사 현수막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지난해 6월 나온 대법원 판결이 한몫했다.
대법원은 당시 '정치인의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정치적 활동이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 행위가 당선·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표시되지 않는 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요지로 판결했다.
그동안 사전선거운동 불법 행위로 현수막 게시를 처리했던 선거관리위원회도 이에 따라 현수막 처리 운용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선거 180일 이전에 정치인 등의 이름과 사진 등이 포함된 의례적인 명절 현수막은 게시할 수 있다'고 운용기준을 적용했다.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추석 명절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너도나도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치인들은 대법원 판결덕에 명절인사 현수막에 대한 선거법 위반 시비를 넘겼지만 옥외광고물법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시행령은 허가받지 않은 입간판·현수막·벽보 및 전단을 표시·설치한 자에 대해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해 정치인 명절인사 현수막도 엄연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광주의 5개 구청은 모두 이번 정치인 명절인사 현수막에 대해 '관례적'이라는 이유로 철거와 계도만 할 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각 구청 광고물 담당 부서는 "상업적 목적이 아니고, 상습적으로 게시하는 이들이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계도하고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청장, 시·구의원들이 내건 현수막이 많은데 구청이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에는 부담됐을 것이라는 내부 분위기도 전해진다.
반면 다른 지역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올해 명절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정치인·의원 등에게 모두 약 5천9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대비된다.
또 정치인도 자신이라는 상품을 알리는 광고를 한 것인데 일반 상품을 광고한 민간 현수막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기관의 '이중 잣대'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있다.
광주의 한 시민 박모(35·여)씨는 "불법 광고물을 엄단한다는 소식을 여러 번 접했는데, 정치인들의 행위는 예외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명절 안부 성격은 괜찮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적절치 않으며 정치인들도 불법광고물로 얻은 이익이 있는 만큼 당연히 과태료를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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