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첫 우승 고진영 '샷만큼 견고한 정신력'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컴퓨터샷에다 바위같은 정신력.'
1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박성현(24), 전인지(23)를 2위와 3위로 밀어내고 우승한 고진영(22)은 샷은 물론 정신력까지 견고했다.
고진영은 이날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경기 막판까지 박성현과 전인지의 추격을 받았다.
2번홀(파4) 3퍼트와 3번홀(파3) 그린 미스로 2타를 잃어 일찌감치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수천 명에 이르는 엄청난 관중은 대부분 박성현과 전인지 응원단이었다. 고진영은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진영은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내가 왜 이렇게 긴장하나 싶었다. 캐디가 '네 플레이를 하라'고 조언해줬다"
고진영은 손쉬운 5번홀(파5)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 분위기를 돌렸다.
7번홀(파5) 버디는 고진영의 사기를 끌어올린 보약이었다.
박성현이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이글 찬스를 맞았지만 투온이 어려운 고진영은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5m 거리 버디 퍼트를 앞두고 고진영은 '파만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 퍼트가 홀에 쏙 빨려들었다. 고진영은 "짜릿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3퍼트로 파에 그쳤다. 박성현에 쏠렸던 경기 흐름이 다시 고진영에게 돌아섰다.
8번홀(파3)에선 티샷이 홀 한 뼘 옆에 붙었고, 9번홀(파4)에서는 1.5m 버디 퍼트가 들어갔다.
다시 선두로 복귀한 고진영은 11번홀(파4)에서 고비를 맞았다.
60㎝ 버디 퍼트를 앞두고 홀 앞에 잔디가 살짝 눌린 게 눈에 들어왔다.
수리가 가능한 볼 자국인지를 문의했지만 아니라는 답을 듣고 그냥 친 퍼트는 홀을 맞고 돌아 나왔다.
고진영은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이런 실수와 불운은 다음 홀에 영향을 미치기 일쑤다.
하지만 고진영은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5m 옆에 꽂았다.
고진영은 "11번홀 실수가 마음에 남아 있었지만 12번홀 핀 위치가 마음에 드는 곳이라서 자신 있게 티샷했다"고 설명했다.
12번홀 버디로 다시 마음을 추스른 고진영은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1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홀에서 20m나 떨어진 곳에 볼이 멈췄지만 무난하게 퍼트 두 번으로 파를 지켰다.
고진영은 "처음 퍼트를 앞두고 막막했다. 어떻게 그걸 두 번 퍼트로 막았는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5m 거리 버디 찬스를 맞은 박성현이 3퍼트 실수로 1타를 잃었다. 1타차에서 2타차 선두가 됐다.
275야드짜리 15번홀(파4)에서는 단번에 그린에 볼을 올린 박성현 앞에서 2m 버디를 성공했다.
가장 어렵다는 16번홀(파4)에서 고진영은 혼자 파를 지켰다. 박성현은 또 3퍼트 보기로 1타를 더 잃었다.
14, 15, 16번홀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라진 셈이다.
고진영도 "이 3개홀에서 승부처였다"고 말했다.
승부처에서 고진영은 실수가 없었다. 샷만큼 단단한 멘탈이었다.
박성현은 "워낙 탄탄하더라"고 고진영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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