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북핵문제 교착…유엔,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할 시점"
丁의장 "한반도 비핵화는 한·러 공동의 목표…적극 나서달라"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나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현지 전문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알렉산더 딘킨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장은 "북한이 최근 2년간 무기 개발에서 괄목한만한 성장을 했고, 탄도미사일 개발에 있어 성공적이었다"며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주한 러시아 대사를 맡았던 알렉산더 파노프 러-한 소사이어티 부회장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가 완화되는 사이클이 이어졌는데, 지금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파노프 부회장은 "미국 측에 과실이 있다. 6자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이 바로 핵실험을 했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 핵탄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북한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표현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글렙 이바센초프 전 주한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물리적 위기를 가하겠다는 발언에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딘킨 소장 역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서로 좋지 않은 얘기가 오가는데, 1라운드는 북한이 이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파노프 부회장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어떤 안전보장도 받지 못하리라 확신하지만, 미국은 선(先) 핵프로그램 폐기를 주장할 것"이라면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일지 하는 상황이다. 교착(deadlock)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려면 더 흥미로운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바센초프 전 대사는 "유엔이 북한의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라면서 "남북간 정전협정을 한반도 종전협정으로,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 출신이라 북한이 잘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새 사무총장은 보다 중립적인 만큼 이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도 협정 보장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바센초프 전 대사는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레이더망이 러시아와 중국을 탐지할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있다"며 "사드 배치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사적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들 전문가를 향해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러시아 공동의 목표"라면서 "러시아가 비핵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한러 관계가 더 많은 교류를 통해 번영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겠다"면서 "러시아 상·하원이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해줄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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