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北핵 문제 해결에 '와일드카드' 역할 가능"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등 美 전문가집단 다양한 해법 제시
핵무기 보유한 상황서 이란 때와는 '확연한 차이"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만능 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뉴스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을 인용,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과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야욕을 꺾기 위해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문제 해결에 '와일드카드'(wild card)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락 연구원은 북한의 대중(對中) 관계가 격돌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적극적인 참여는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 일정 부분 '창조적인 전략'(creative strategies)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북 전문가인 그는 이날 브루킹스 포럼에서 나온 질문에 "북한은 여러 적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북한은 중국을 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폴락은 북한이 일본 영공 위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일본을 짜증나게 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올해 들어 교역이나 협상등과 관련해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업무를 관장한 데이비드 코언 전 재무부 차관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차단할 의향이 있다면 북한 내에서는 "민감한 취약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과감한 조처를 하려면 "협상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코언은 강조했다.
코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금융기관과 동북국경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더라도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를 준수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핵 협상 타결을 끌어내는 데 기여한 제이크 설리번 전 국무부 고문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억제할 수 없더라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 빨리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리번은 북한이 국제 제재에 노출돼있지만 이란보다는 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재 이전에는 원유 수출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이란의 경우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이 절반으로 곤두박질하자 정권에 대한 국민의 압력이 거셌다. 또 해외 금융기관에 상당한 자산을 보유, 제재 시행과 함께 해외 자산이 동결되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북한의 경제는 미 오하이오주 데이턴 시 규모와 비슷하므로 연간 10억 달러가량의 수입이 사라질 경우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핵무기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이란은 그렇지 못하다. 또 이란의 핵시설은 이미 널리 알려졌거나 핵무기 개발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지만, 북한의 핵시설은 이란 만큼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리번은 지적했다.
설리번은 아무리 강력한 제재라도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중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 간의 향후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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