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국회 돌며 한미FTA 개정협상 협조 요청
"美행정부 폐기 검토 분위기에 개정절차 선제 요구"
우원식 "악수 힘센 것 보니 협상 잘되겠다"…한국당은 면담 불응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서혜림 설승은 기자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 국회를 찾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여야의 대승적 협조를 요청했다.
협상 절차 개시를 두고 야당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호소하는 등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과 야당 간사인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을 각각 만났다.
장 위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김 본부장과의 면담 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본부장이) 어떤 절차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면서 "진행 과정에서 본인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역할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장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저쪽에서 만약 우리에게 아주 불이익한 요구를 한다면 우리도 미국 측에 불이익한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자존심을 지키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를 여당과 정부가 독점하지 말고 야당과도 공유해 국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고도 제안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본부장은 손 의원, 정 의원과 각각 만나서도 "국익 관점에서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구체적인 협상에 임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여러 옵션을 두고, 개정절차를 밟을지에 대해 협상을 했는데 최근에 확인을 해보니 분위기상 미국 행정부에서도 (FTA) 폐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런 과정을 고려했을 때 개정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생각해 선제적으로 요구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던 정 의원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데, 시위대에 끌려다니는 꼴이 됐다"면서 "사실 규명을 확실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의 정책라인과도 면담하고 향후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강훈식 원내대변인, 김경수 의원을 만난 김 본부장은 "향후 통상절차법에 따른 국내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면서 "개정협상에 들어갈 경우 국익의 균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강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협상을 투명하게 진행해 달라"면서 "양국 간 균형이익이 만들어지지 않고는 타결이 없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김 본부장과 악수하면서는 "악수하는 힘이 센 것을 보니 협상이 잘 되겠네"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보여준 특유의 '악수 기싸움'을 염두에 둔 농담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각각 만나서도 향후 협상의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미FTA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의연하고 차분하게, 국익 중심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김 본부장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에 보고도 하지 않고 일 터지고 나서 보고하는 건 야당보고 들러리 하라는 거냐"며 "이런 국가 중대사는 비공식적으로 만나서 할 것이 아니라 국정감사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민께 보고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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